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조반니노 과레스끼 선집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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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고등학생 무렵이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학교 도서실에서 이 책을 빌려 읽은 뒤 한 권 두 권 사모으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땐 5권까지 번역이 되어 나왔는데, 툭하면 책을 잡고 앉아 킬킬거렸던 것 같다. 동생들에게도 아주 사랑받던 책이었는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몇번 이사를 하면서 없어진 것인지, 누군가 꼬불쳐 가서 숨겨놓았는지...

서점에서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참 묘했다. 아주 오랜만에 지기를 만난 듯한 기분도 들고, 학생이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이 되살아난 기분도 들고. 어쨌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책을 구입했다. 나도 읽고, 큰애에게도 읽어보라 할 생각으로.

오랜만에 읽는 돈 까밀로와 빼뽀네는 여전했다. 전혀 신부님 같지 않은 신부님 돈 까밀로와 단순무식한 사회주의자 빼뽀네, 여전히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가끔은 돈 까밀로의 폭력(?)을 눈감아주기도 하는 예수님, 카톨릭 신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뒤섞인 마을 사람들. 뽀 강 주변의 자그마한 마을에서 이들이 벌이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혀진다. 194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삼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밑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게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한 권을 금방 다 읽었다. 10권을 다 구입해서 한번에 읽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조금 아껴둘 생각이다. 한 권씩 구입해서 조금 감질나게 읽어나가야지. 여운이 좀더 오래 남아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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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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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시간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갈 일이 생겼다. 버스 속에서 읽을 만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봤다. 아이들 학교에 넣을 책을 찾으러 알라딘에 드나들 때 오른쪽 한켠에 소개되어 있던 책. 알라딘에서 봤다는 그 친근감에 책에 대한 아무 지식없이 대출을 받았다. 버스 타고 오갈 때 읽어볼 만큼은 되겠지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 책, 물건이다. 독특하고 탄탄한 단편들은 첫눈에 날 사로잡았다. 책을 덮고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근래 들어 이만큼 흠뻑 빠져서 책을 본 기억이 있었던가. 책에 대한 호평은 어쩌면 책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콜렉터'를 연상시키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음울하고 심드렁한 표정의 표지 속 사람들은 쉽게 사람 손을 끌어당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특하고 기괴하고 어딘가 냉소적인 이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쉽게 떼어내질 못하게 된다. 야 이 사람, 정말 독특하게 글을 쓰네,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도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된다고 할까.

믹 잭슨은 왜 제목을 'Ten Sorry Tales'라고 지었을까? 삶이란 게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그랬을까? 사실 어린 소녀에서부터 삶의 황혼을 앞두고 있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유쾌하고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을 느낄 만큼 작중인물들은 다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 감탄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독특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어서.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이 정말 독특하다. 각 이야기들의 특징을 단번에 잡아내 그려낸 그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의 그림이 주는 느낌도 강렬하다. 독특한 이야기와 독특한 그림이 잘 어울려 만들어낸 수작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레피닥터'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친정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하실의 보트'나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도 나름 괜찮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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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나라 - 이천 년을 이어 온 고구려 건국 이야기 샘깊은 오늘고전 1
이규보 원작, 조호상 글, 조혜란 그림 / 알마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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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 학교에서 도서 바자회를 열었다. 담당 선생님이 다른 업무로 바빠서 대신 목록을 짜고 있는데,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책도 보지 못했고, 독자서평마저 없는 터여서 바자회 목록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래도 작가 이름이 듬직해 믿고 목록에 이름을 올려 놓고 책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책부터 잡고 읽었다.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어두어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자회용 책들이 쌓여 있는 도서실 한편에서 <주몽의 나라>를 읽어나가는데,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다. 해부루가 금와를 발견하는 이야기에서부터 주몽이 나라를 세우기까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도 마치 처음 읽는 이야기처럼 사람 마음을 잡아당긴다. 동명왕편을 정리한 이규보의 힘인지, 다듬어 쓴 조호상의 힘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두 작가의 문장이 서로 도와서 읽는 사람의 눈을 잡아끄는 것이겠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처음 읽는 장면이 눈에 띈다. 주몽이 강을 건너고자 할 때 활로 강물을 내리치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하늘과 강에 기도를 올려 어별교가 생겼다고 알고 있었는데, 활로 강물을 내리치다니, 다소 패도적(?)이다. 궁궐을 지을 물자와 인력 걱정을 할 때 붉은 구름 속에서 소리가 요란하더니 떡하니 궁궐이 생겨났더라는 내용도 기억에 없다. 그동안 제대로 읽어오지 않은 것인지, 동명왕편이 조금 다른 설정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앉아서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만큼 흥미로왔다.

책의 앞뒤로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서술하게 된 동기라든지, 이규보에 대한 설명을 실어놓아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써내려가게 된 과정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아쉬운 점은 조혜란의 그림이 좀 산만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각 이야기마다 이야기 전체를 모두 포괄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차라리 중심되는 에피소드 하나만 그려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점 또 하나는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양장본이고 그림이 들어가긴 했지만, 140쪽도 안되는 책이 9천원이라니. 솔직히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비싸다고 사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바자회에서는 다 소화를 했지만 책값이 비싸게 책정되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가격이야 출판사에서 책정하는 것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비.싸.다. 알마 출판사 여러분, 가격 낮춰주실 생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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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아이 2006-12-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했습니다. 붙여오기 했더니 오류가 났어요. ^^
 

 목요일 아침이면 책을 읽어주러 간다. 1교시 시작 전 20분 정도 책을 읽어주는데, 매번 갈 때마다 고민하는 게 어떤 책을 읽어주느냐 하는 것이다. 처음엔 권장도서목록을 이용해 선택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큰 소리로 두어번 읽어보고 선택한다. 내 옆에 앉혀놓고 조곤조곤하게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입말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반 아이들은 대체로 독특한 그림책에 반응을 보인다. 옛이야기나 국시꼬랭이 시리즈 책을 읽어줘도 재미있게 듣긴 하지만, 가장 열정적인 반응을 보인 책은 그림이 독특한 책이다. <신화 속 괴물>이나 <기묘한 왕복여행>같은 책들은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신화 속 괴물>은 남자 아이들이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스 신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탓도  있지만 색다르게 표현한 괴물들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한동안 책을 읽어줘도  어디서 책 빌릴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어디서 빌릴 수 있냐고 물은 책이 <신화 속 괴물>이다. 

 <기묘한 왕복여행>은 독특한 전개 방식이 시선을 잡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주기 두어 주쯤 전에 <장난기 많은 눈>을 보여줬는데, 그때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분명 바로 볼 때는 이런 그림이었는데, 뒤집어서 보니 다른 그림이 되는 게 아이들은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 반 아이 중에 어떤 책을 읽어줘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중간에 아이들이 책 듣는 걸 방해나 하지 않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요주의인물(?)인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가 떠드는 걸 말릴 만큼 집중해서 본 게 바로 이 책이다. 나중에 이 책을 한 권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특한 반응을 보였다.

또 아이들이 웃고 넘어간 책이 있는데, <콧구멍을 후비면>이다. 손가락 깨물고 콧구멍 파는 막내 보여주려고 구한 책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가서 읽어줬더니 반응이 가관이다. 책상을 두드리고 웃느라 난리가 났다. 마지막 장, 그래도 모든 것들을 다 하고 났을 때 몸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그려놓은 책장을 펼치는데, 아주 넘어간다. 아직은 자기들도 그렇게 행동하는 탓일까.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책이 있는가 하면 생각밖으로 나쁜 반응을 얻은 책도 있다. 등에서 진땀이 흐를 만큼 아이들 반응을 얻지 못한 책. 다음에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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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2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아래 두 권은 아직 못 봤는데... 책 읽어준 대상이 몇 학년이에요? 일학년? 서점가면 한 번 봐야징~

달아이 2006-11-2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학년이랍니다. 제가 맡은 반이 일학년 중에서 알아주는(?) 반이라 책 읽어주고 나오면 진땀이 주르륵~^^

아영엄마 2006-11-2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아이님~ <똑똑, 자고...> 이 책은 연령대가 낮은 도서라 유치원생 정도가 적당할 듯 한데요. ^^;
초등학생 도서라면 아직 리뷰 쓰고 있는 중인 이 책이 더 적합할 듯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거든요.
수력 발전, 풍력발전, 태양 빛, 태양열 등 다양한 전력 공급원을 발전 과정까지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어서 저학년이 보기에 적당한 그림책이지 싶습니다. ^^ 

 

기적의 도서관에서 배운 것이다. 굵은 스테플러로 찍어놓은 만화책이 있길래 처음부터 이렇게 해놓냐고 물었더니 수리한 것이라며 수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우리는 책장이 낱장으로 빠지거나 찢어지면 대개 유리 테이프를 붙여놓는다. 사실 테이프는 어떤 걸 붙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책을 상하게 한다. 테이프가 부서지기도 하고, 점성성분이 밖으로 밀려나와 책을 상하게 하는데, 이외로 간단하게 책을 수리할 수 있어서 아주 도움이 될 듯했다.

울산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고가의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실 고가여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는 힘들지 싶다. 학교 도서관이라 해도 아무래도 비용 문제 때문에 좀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용품을 가르쳐 주었다. 목공풀이 그것이다. 

찢어진 책장 아래쪽에 종이를 받친다. 이때 종이는 스티커나 코팅지를 떼어내고 남은 종이 같은 걸 받쳐야 한다. 그래야 책을 수리하고 난 뒤에 쉽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장의 찢어진 면에 목공풀을 얇게 바르고 찢어진 부분을 잘 맞춰 붙인다. 비어져 나오는 풀을 손으로 닦아내고 다시 종이를 얹어 책을 덮는다. 두 세시간 정도 지나면 수리 완료.

목공풀은 바르고 나면 투명해지기 때문에 밖으로 비져 나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에 묻은 것도 얇은 피막처럼 굳기 때문에 굳은 뒤 떼어내거나 물로 씻으면 된다.

낱장으로 빠져 나온 것도, 표지가 찢어진 것도 다 목공풀을 사용해 수리하면 된다고 한다. 표지를 붙일 경우 풀을 바르고 난 뒤 집게로 고정해 세 시간 정도를 두면 깜쪽같이 수리가 된다. 테이프를 붙일 때보다 책이 훨씬 깨끗하고 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걸 배워서 너무 좋았다.

수리한 책이 다시 망가졌을 경우 사용하는 용품이 있었는데 천으로 된 테이프였다. 목공풀로 다시 수리를 하고 수리한 부분에 천으로 된 테이프를 붙이면 별 무리없이 다시 책을 볼 수 있는데, 너무 고가(한 통에 7만원)여서 사용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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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테이프로 붙이면 나중에 버석거리며 떨어지는데 붙인 종이의 색도 변질되고 끈적거리고 별로 안 좋더라구요. 저도 책장 틑어진 경우에는 목공풀로 붙여요. ^^

달아이 2006-11-2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은 아시고 계셨군요. 난 기적의 도서관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었어요. 경주시립도서관에서도 그렇게 수리하는 걸 보지 못한 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