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이면 책을 읽어주러 간다. 1교시 시작 전 20분 정도 책을 읽어주는데, 매번 갈 때마다 고민하는 게 어떤 책을 읽어주느냐 하는 것이다. 처음엔 권장도서목록을 이용해 선택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큰 소리로 두어번 읽어보고 선택한다. 내 옆에 앉혀놓고 조곤조곤하게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입말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반 아이들은 대체로 독특한 그림책에 반응을 보인다. 옛이야기나 국시꼬랭이 시리즈 책을 읽어줘도 재미있게 듣긴 하지만, 가장 열정적인 반응을 보인 책은 그림이 독특한 책이다. <신화 속 괴물>이나 <기묘한 왕복여행>같은 책들은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신화 속 괴물>은 남자 아이들이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스 신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탓도 있지만 색다르게 표현한 괴물들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한동안 책을 읽어줘도 어디서 책 빌릴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어디서 빌릴 수 있냐고 물은 책이 <신화 속 괴물>이다.
<기묘한 왕복여행>은 독특한 전개 방식이 시선을 잡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주기 두어 주쯤 전에 <장난기 많은 눈>을 보여줬는데, 그때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분명 바로 볼 때는 이런 그림이었는데, 뒤집어서 보니 다른 그림이 되는 게 아이들은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 반 아이 중에 어떤 책을 읽어줘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중간에 아이들이 책 듣는 걸 방해나 하지 않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요주의인물(?)인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가 떠드는 걸 말릴 만큼 집중해서 본 게 바로 이 책이다. 나중에 이 책을 한 권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특한 반응을 보였다.
또 아이들이 웃고 넘어간 책이 있는데, <콧구멍을 후비면>이다. 손가락 깨물고 콧구멍 파는 막내 보여주려고 구한 책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가서 읽어줬더니 반응이 가관이다. 책상을 두드리고 웃느라 난리가 났다. 마지막 장, 그래도 모든 것들을 다 하고 났을 때 몸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그려놓은 책장을 펼치는데, 아주 넘어간다. 아직은 자기들도 그렇게 행동하는 탓일까.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책이 있는가 하면 생각밖으로 나쁜 반응을 얻은 책도 있다. 등에서 진땀이 흐를 만큼 아이들 반응을 얻지 못한 책. 다음에 정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