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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나라 - 이천 년을 이어 온 고구려 건국 이야기 ㅣ 샘깊은 오늘고전 1
이규보 원작, 조호상 글, 조혜란 그림 / 알마 / 2006년 7월
평점 :
얼마 전 아이들 학교에서 도서 바자회를 열었다. 담당 선생님이 다른 업무로 바빠서 대신 목록을 짜고 있는데,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책도 보지 못했고, 독자서평마저 없는 터여서 바자회 목록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래도 작가 이름이 듬직해 믿고 목록에 이름을 올려 놓고 책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책부터 잡고 읽었다.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어두어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자회용 책들이 쌓여 있는 도서실 한편에서 <주몽의 나라>를 읽어나가는데,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다. 해부루가 금와를 발견하는 이야기에서부터 주몽이 나라를 세우기까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도 마치 처음 읽는 이야기처럼 사람 마음을 잡아당긴다. 동명왕편을 정리한 이규보의 힘인지, 다듬어 쓴 조호상의 힘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두 작가의 문장이 서로 도와서 읽는 사람의 눈을 잡아끄는 것이겠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처음 읽는 장면이 눈에 띈다. 주몽이 강을 건너고자 할 때 활로 강물을 내리치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하늘과 강에 기도를 올려 어별교가 생겼다고 알고 있었는데, 활로 강물을 내리치다니, 다소 패도적(?)이다. 궁궐을 지을 물자와 인력 걱정을 할 때 붉은 구름 속에서 소리가 요란하더니 떡하니 궁궐이 생겨났더라는 내용도 기억에 없다. 그동안 제대로 읽어오지 않은 것인지, 동명왕편이 조금 다른 설정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앉아서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만큼 흥미로왔다.
책의 앞뒤로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서술하게 된 동기라든지, 이규보에 대한 설명을 실어놓아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써내려가게 된 과정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아쉬운 점은 조혜란의 그림이 좀 산만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각 이야기마다 이야기 전체를 모두 포괄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차라리 중심되는 에피소드 하나만 그려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점 또 하나는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양장본이고 그림이 들어가긴 했지만, 140쪽도 안되는 책이 9천원이라니. 솔직히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비싸다고 사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바자회에서는 다 소화를 했지만 책값이 비싸게 책정되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가격이야 출판사에서 책정하는 것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비.싸.다. 알마 출판사 여러분, 가격 낮춰주실 생각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