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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한 시간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갈 일이 생겼다. 버스 속에서 읽을 만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봤다. 아이들 학교에 넣을 책을 찾으러 알라딘에 드나들 때 오른쪽 한켠에 소개되어 있던 책. 알라딘에서 봤다는 그 친근감에 책에 대한 아무 지식없이 대출을 받았다. 버스 타고 오갈 때 읽어볼 만큼은 되겠지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 책, 물건이다. 독특하고 탄탄한 단편들은 첫눈에 날 사로잡았다. 책을 덮고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근래 들어 이만큼 흠뻑 빠져서 책을 본 기억이 있었던가. 책에 대한 호평은 어쩌면 책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콜렉터'를 연상시키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음울하고 심드렁한 표정의 표지 속 사람들은 쉽게 사람 손을 끌어당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특하고 기괴하고 어딘가 냉소적인 이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쉽게 떼어내질 못하게 된다. 야 이 사람, 정말 독특하게 글을 쓰네,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도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된다고 할까.
믹 잭슨은 왜 제목을 'Ten Sorry Tales'라고 지었을까? 삶이란 게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지만은 않아서 그랬을까? 사실 어린 소녀에서부터 삶의 황혼을 앞두고 있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유쾌하고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을 느낄 만큼 작중인물들은 다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 감탄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독특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어서.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이 정말 독특하다. 각 이야기들의 특징을 단번에 잡아내 그려낸 그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의 그림이 주는 느낌도 강렬하다. 독특한 이야기와 독특한 그림이 잘 어울려 만들어낸 수작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레피닥터'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친정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하실의 보트'나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도 나름 괜찮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