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세자는 어린 시절 어떻게 살았을까 - 어린이들의 생활 6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25
김정호 지음, 낙송재 그림, 김문식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신명호의 <궁>을 재미있게 읽었다.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궁궐 속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로 궁궐 속에서 살아 움직였던 역사 속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꽤 재미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권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책을 찾고 있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왕의 일상은 비교적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왕세자의 삶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원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왕이 될 때까지 왕세자가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원자를 낳기 위한 중전의 노력이나 원자를 키운 유모에 대한 이야기도 비교적 소상하게 나타나 있고, 후계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다양한 교육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왕세자로서 치러야 했을 갖가지 의식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어 책을 읽고 나면 왕세자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긴 왕 자리가 잘못 되면 나라꼴이 엉망이 되니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 되긴 했을 거다.

이 책을 보면서 왕세자가 아닌 경우 왕족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정말 불행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폐세자의 길을 걸은 왕세자가 있기는 했지만 많은 경우 원자가 세자가 되고, 세자가 왕이 되는 게 당연한 나라에서 일반 벼슬도 하지 못하는 왕족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물론 안평대군처럼 그림에 능한 왕족도 있었지만 대개는 학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하긴 그렇다. 누구처럼 왕이 될 수도 없고, 벼슬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할 마음이 생길까. 나라에서 생활은 가능하게 해줬을 테니 조용하게 살기만 하면 되었을 게다. 너무 튀면 혹시 왕위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닐까 의혹어린 눈길을 받았을 테니 조용하게 살아야 했겠지. 왕족이란 미명하에 주어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세상을 보냈을 그들이 왜 안쓰럽게 느껴지는 걸까. 분명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했을 왕세자를 본받아 지식과 덕망을 고루 갖춘 어린이가 되라고 이 글을 썼을 텐데, 난 왕세자보다 왕세자로 태어나지 못한 이들의 삶이 왜 더 궁금한 걸까. 그들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는 책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다들 공부 안하고 세월아 네월아 살았다면 좀 곤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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