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아이들과 황성공원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줄넘기를 하라고 시켰는데, 아이들이 줄넘기에 서툴러서 연습도 할 겸, 도서관에 들러 책도 빌릴 겸.
도서관에서 먼저 책을 빌리고 공원 내 충혼탑 앞으로 갔다. 보도블럭이 잘 깔려 있고, 사람들 왕래도 적어 줄넘기 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싶어서.
아이들끼리 줄넘기 하라고 시켜놓고, 셋째랑 놀고 있는데, 큰애가 이단뛰기가 잘 안된다며 한번 해보란다. 가만, 줄넘기를 해본 게 언제였더라. 큰애 초등학교 일학년 때 연습시킨다며 몇 번 해보곤 손을 놓았으니 벌써 4년도 더 전의 일. 이단뛰기가 될 턱이 없다.
엄마 운동 못하는 거 알면서 왜 시켜? 한걸음 물러서는데, 아이가 조른다. 그러지말고 한번만 해봐. 우리보곤 못해도 상관없다며? 그래, 못넘으면 그만이지. 줄을 잡고 숨을 고른 뒤 줄넘기를 넘었다. 이단뛰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발에 걸리고 말았다.
근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거다. 큰애에게 셋째를 보라고 시키곤 줄넘기를 했다. 양발 모아 뛰기, 한발로 뛰기, 뛰면서 뛰기, 뒤로 뛰기... 셋째를 낳은 뒤로 몸이 불어 줄을 넘을 때마다 쿵쿵 소리가 진동을 하고, 열번도 채 넘지 못하고 줄에 걸려버리지만 줄을 놓기가 싫었다. 가슴 속에서 두 배는 빨라졌을 듯한 심장 박동소리가 정겹게 느껴질 만큼...
MBC에 감사패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일학년 때 잠깐 하고 말 줄넘기인데, 느낌표에 자극받아서인지 아이들 학교에서 전교생들에게 줄넘기를 하라고 시켰고, 잘하면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아이들이 서툴다보니 이렇게 공원에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들어오는 길에 줄넘기를 하나 더 구입했다. 아파트 놀이터에라도 나가 줄넘기를 넘으려고. 작심삼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셋째 낳기 전에 입었던 옷들을 입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