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가족은 경주에 살고 있답니다. 98년 봄에 내려왔으니 햇수로 7년째 경주에 살고 있네요. 경주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다녀가신 분들도 많을테고, 알고 계신 유적지도 많겠지요. 하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곳 또한 많답니다. 그 중에 한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간묘'입니다. 

'간묘'라는 말에서 짐작하겠지만, 간묘는 무덤 이름입니다. 신라 진평왕 때 병무령을 지낸 김후직이라는 사람의 무덤이지요. 왜 간묘라고 불리냐구요? 그건 이런 일화 때문이랍니다.

진평왕은 사냥을 무척 좋아한 임금이었다고 합니다. 사냥을 나가느라 궁을 비울 때가 많았다고 해요. 김후직은 진평왕에게 사냥을 즐기면 마음이 거칠어져서 옳은 생각을 할 수 없고, 사냥을 떠나느라 나라일에 등한하면 본보기가 될 수 없으니 사냥을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였지요. 하지만 진평왕은 김후직의 말을 듣지 않고 사냥을 즐겼으며, 오히려 김후직을 미워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후직은 이에 아랑곳않고 간언을 계속 올렸지요. 그러다 그만 병이 나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그는 아들들에게 유언을 했지요. 임금의 잘못을 바로 잡아드리지 못했으니 어찌 날 신라의 신하라고 하겠느냐, 임금이 사냥을 떠나는 길목에 무덤을 만들어라. 아들들은 유언을 받들어 김후직의 묘를 진평왕이 자주 사냥을 다니는 길목에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진평왕이 사냥길을 나섰을 때 입니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전하, 아니되옵니다. 사냥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김후직의 묘가 근처에 만들어졌고, 이상한 소리는 임금을 위한 김후직의 간언임을 알게 된 진평왕은 사냥을 중단하였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김후직의 묘를 간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임금에게 간언을 올리는 묘라고 해서 간묘라 불리게 되었다는군요. 

간묘는 지금 경주시 황성동에 위치하고 있어요. 신라시대때는 사냥터 길목에 자리잡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학교와 주택, 상가에 둘러싸여 있답니다. 혹시 경주에 와서 간묘를 들러보고 싶으신 분들은 계림중학교 후문을 찾으세요. 그곳에 간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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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4-1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얘기를 읽은 적은 있는데, 그곳이 간묘로군요.
그런데 시리즈가 계속 올라옵니까? 5월이나 8월에 휴가를 경주로 갈 계획인데...^^

달아이 2004-04-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생각으로 방을 하나 만들긴 했는데, 얼마나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