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이사갔을 때 일입니다. 집에서 30분 남짓 걸어가면 제법 큰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목월시비가 세워져 있다는 이야길 들었답니다. 그때만 해도 경주가 낯선 곳이어서 쉽게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한번은 큰 결심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으로 갔지요. 공원 입구에 있다는 도서관에도 들러보고, 목월시비도 구경할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든 뒤 공원 구경을 갔습니다. 김유신 장군상도 구경하고, 잘 닦여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공원을 한바퀴 돌았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목월시비가 보이지 않는거예요. 공원에 있는 시비(詩碑)라곤 '얼룩 송아지' 시비 뿐이었거든요. 공원을 두바퀴나 돌았는데도 목월시비를 찾을 수 없었지요. 누군가에게 물어라도 봤으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참 무식하게도, '얼룩 송아지'가 목월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동요라는 걸 몰랐지 뭡니까?

'얼룩 송아지' 시비가 목월시비라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답니다. 그 앞을 그토록 지나다니면서도 목월시비가 목월시비인 걸 몰랐다니...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남 부끄러워서...

목월시비는 경주 황성공원에 있답니다. 경주가 목월선생의 고향인 건 알고 계시죠? '얼룩 송아지'는 목월이 중학교때 썼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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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송아지 시비가 목월의 시비군요.
경주 이야기 잘 듣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