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근, <후진타오와 화해사회>, 동아시아 2007 p.24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여러 개념으로 세분화시켜 체계화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동시적이고 수평적인 개념의 시간을 아이온aion이라고 불렀다. 또 수직적인 개념으로 과거에서 현재에 닿은 뒤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적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로 칭했고, 단절적이고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사건적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로 파악했다. 아이온은 펴이한 영겁의 시간이요, 크로노스는 연대기적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는 결단의 시간인 셈이다.

중국 역사(아이온)의 일부분인 중화인민공화국의 시대(크로노스)는 전환기(카이로스)가 세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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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쿠시 산 아래>

산이

털 빠진 낙타처럼

큰 무리를 이루어

별하늘 아래 조용히 누워 있다

...

 

<詩句, 詩意, 詩情>

시구는,

지식의 창구 안에 있는

한 무더기 뒤엉킨 실타래다

난 이것을

한 가닥, 한 가닥

깨끗하게 씻어다가 -

아름다운 비단을 짜려 한다

 

시의는,

삶의 도로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탄알이다

나 이것을

한 알, 한 알

주워다가 -

전투의 탄띠에 끼워넣지 않으려 한다

 

시정은,

정신의 초원 위에 무수히 휘날리는 꽃잎이다

난 이것을

한 조각, 한 조각

잡아다가 -

아름다운 왕관을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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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만, <변화와 생존의 경계에 선 중국 지식인>, 책세상 2004

p.91

강가에서 물고기를 그리하거나 물고기가 낚시에 걸리지 않는다고 욕지거리를 하느니보다 물러나 그물을 손질하는 것이 백 번 나은 일이다.

p.92-93

리샤오빙李小兵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성적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던 전통적 지식인들을 성공한 탤런트, 가수, 영화 배우, 스포츠 스타나 정치가들이 대체했다. 근대 이후 지식인들이 기대어온 존재의 조건이자 토대인 이성, 진리, 정의, 가치, 존엄성 따위의 덕목에 사람들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지식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이들에 의해 대체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지식인 존재이 본거지인 대학 캠퍼스 역시 이젠 문화의 요람도 아니고, 사상 활동의 정원도 아니었다. 대학 역시 소비 사회나 시장 사회의 일반 원칙인 실용성, 직접성, 단기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은 보습 학원이나 사회 생산에 종사할 전문 기능인(상품)을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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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와 동고동락한 친구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세계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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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세계사 1995

p.135

이 번에야말로 처음으로 여행자가 동시에 주권자였으며, 보고, 개혁하고, 창조하는 것이 완전히 마음대로인 자였다.

p.193

그러나 미래는 이제 나에게 아무 것도, 적어도 선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가져다 줄 수 없었다. 나의 포도 수확은 끝났다. 삶의 포도즙이 양조통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나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기를 벌써 중단했었다.

 p.299

죽음에 관한 명상이 죽는 것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명상이 떠남을 더 쉽게 하지는 않는다.

p.317-318

작업규칙: 모든 것을 배울 것, 모두 읽을 것, 온갖 것의 정보를 수집할 것, 그리고 동시에 이니고 데 료욜라의 <단련>을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해 응용하거나, 혹은 몇 년 동안 계속하여 감은 눈꺼풀 밑에서 창조되는 영상을 조금 더 뚜렷이 눈으로 보려고 사력을 기울이는 힌두교 고행자의 수련법을 자기 목적에다 응용할 것. 수많은 자료철을 통하여 과거 일들에 내포된 시사성을 추구하며, 이 돌의 얼굴들에다 역동성을, 살아 있는 유연성을 되돌려주도록 노력할 것. 두 개의 텍스트가, 두 개의 긍정이, 두 개의 사상이 서로 대립될 때, 하나로 다른 것을 무화시키지 말고 둘을 조화시키도록 할 것. 그들 둘에서 서로 다른 양면을 볼 것이며, 동일 실상이 연쇄적인 두 상태를 볼 것이며, 복합적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현실을, 다중적이라서 인간적인 현실을 볼 것. 2세기 텍스트를 2세기 눈으로, 2세기 영혼으로, 2세기 감각들로 읽도록 노력할 것. 그 텍스트를 母水가 되는 금시대의 실상에 푹 잠기게 할 것. 이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차근차근 축적되어온 모든 사상들, 모든 감정들을 배제시킬 것. 그렇지만 신중히, 그러나 단지 준비 과정용으로만, 접근 혹은 대조 검증의 가능성을 사용하고, 우리를 이 텍스트로부터, 이 실상으로부터, 이 남자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많으 세기들이나 많은 사건들에 의해 차츰차츰 형성되어온 새로운 전망을 사용할 것. 그것들을 어떤 점에서 시간 선상의 어느 특정 지점 쪽으로 되돌아오는 길 위에 세운 여럿 푯말들로서 이용할 것. 자신의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할 것이고, 숨결의 김이 거울의 박 위로 퍼져 나감을 허용치 말 것이며, 오감에 의한 감명에서나 정신의 활동작용에서 우리 안의 가장 지속적이고 가장 근본이 되는 것만을 취하여 이 사람들과의 접촉지점으로서 삼을 것. 이 사람들은 우리처럼 올리브를 깨먹었고 포도주를 마셨고 손가락으로 꿀을 떠먹었으며 매서운 바람과 세찬 비와 싸웠고 여름엔 플라타나스의 그림자를 찾았고, 그리고 즐기고, 그리고 생각했고, 그리고 늙었고, 그리고 죽었다.

p.319

인간의 본질, 인간의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발목의 곡선보다, 힘줄의 자리보다, 혹은 엄지발가락 형태보다 더 항구불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구두의 폐해가 지금과 같지 않았던 시대가 있다. 내가 문제삼고 있는 세기에는, 우리는 아직 맨발의 자유로운 진리에 훨씬 가까이 있다.

p.324

행동하는 남자는 일기를 쓰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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