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시장미님께서 '깡통' 이야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해서 쉬운 이야기를 해드리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탈무드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혹시나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시대에 명성이 아주 높은 랍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그의 지성이나 학식과는 따로국밥처럼 볼품이 없었답니다.
그 나라의 왕이 어느 날 큰 연회를 베풀게 되었고 나라 안의 귀한 이들을 모아서 함께 파티를 즐겼습니다. 물론 그 명성이 높은 랍비도 초대되었구요. 그런데, 그 왕에게는 한 미모하는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못생긴 랍비가 파티장에 참석한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왜 불만이었냐고 제게 묻지 마세요. 제가 그 공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_-;;)
그래서, 그 공주는 그 랍비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떻게 그 위대한 지식과 지성이 그 추한 외모에 들어있을 수 있지요?"
랍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하인에게 속닥속닥 주문을 했고, 하인은 금 그릇과 토기 그릇과 값 비싸고 향기로우며 맛있는 포도주와 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공주여~ 저 포도주와 물을 각각의 그릇에 담아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랍비는 말했습니다.
공주는 그까이꺼 쯤이야~ 하는 심정으로 금그릇에 포도주를, 토기그릇에 물을 담았답니다.
"자~ 그럼, 포도주와 물을 각각 맛보십시오." 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말했답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금그릇에 들어있는 포도주에 입을 가져갔고 잠시 후 모두 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포도주 맛이 왜 이래?"
공주는 당황했고, 랍비는 공주에게 왜 그렇게 포도주와 물을 담았는지 물었답니다. 공주는 귀한 포도주는 당연히 귀한 금그릇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물은 토기그릇에 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말했습니다.
"공주여~ 금그릇에 포도주를 담으면 포도주의 산성과 금그릇이 반응을 하여 나쁜 맛을 내게 된다는 것을 모르셨나 보군요. 포도주의 참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볼품없어 보여도 토기 그릇에 담아야 한답니다. 공주께서 저의 지성과 학식이 왜 볼품없는 외모에 담겼냐고 물으셨지요? 어쩌면 그 또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릇의 크기보다는 그 그릇이 쓰여질 목적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라는 말이었답니다. 모두들 그릇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그 그릇의 모양을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릇의 크고 화려함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그릇의 성질도 모양도 크기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릇은 그저 안에 뭔가를 담고 있기만 해서는 안되겠지요. 다른 이들에게 내용물을 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담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신선하고 깔끔하게 해서 남들에게 주었을 때 그들이 맛나게 내용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된장독처럼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숙성해야 하는 세상 속 지식이나 삶의 교훈들도 많지만 제 나름으로 제 깡통을 가늠해 보았을 때, 지속적인 지식의 업그레이드로 제 지식을 신선하게 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오히려 폐해를 줄 수 있는지라 "잘 밀폐해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닐런지요."라는 말을 했었지요. 지금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밀폐'라는 말이 좀 거슬리기는 하네요..^^
2.
속삭여주신 님께서 썪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한 알의 밀알이 썪어 수많은 밀알을 거두게 될 거란 성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미리 결과를 알고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지요? 제가 썪어(또는 희생하여) 수많은 밀알을 거두게 될런지 혼자 썪게 될런지 모르는 지라 현재, 내 위치에서 충실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린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비행사에게 양 한마리를 그려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비행사는 여러가지 양을 그려주지만 모두 어린왕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그러다, 비행사가 포기하고 상자를 그려주며 '그 속에 양이 있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 때서야 어린왕자는 기뻐하며 그 상자 속의 양을 바라보며 그 양으로 하여금 자신의 작은 혹성의 바오밥 나무를 먹게 하겠다는 생각을 털어놓지요.
내가 내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또한 상대적입니다. 그걸 좋아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상자 속의 양(제가 말했던 깡통 속 내용물)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과 그 상자 속의 양이 어린왕자의 별까지 도달해서 왕자별의 바오밥 나무를 먹을 때까지는 그 상자 속 양을 '죽이지 않고 살려 놓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몫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에서 '어린 왕자' 의 상자 속 양 이야기까지 와버렸네요...
흐흐~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이쯤에서 접도록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