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인터뷰 특강 시리즈 1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교양에 관한 허다한 책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교양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생활이나 학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행과 문화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지식과 교양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교양의 내용은 시대 또는 민족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어도 유럽문화권에 있어서는 이제까지 그리스·로마적인 교양의 이념이 일관하여 계승되었다. 고전 그리스에서의 '파이디아(paideia:교육)' 이념이 헬레니즘을 거쳐 그리스도교 세계로 계승되어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교양이 확립되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교양은 미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변화와 진보를 화두로 한 교양을 의미한다. 협소한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교양의 영역과 내용이 달라진다면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한겨레신문사에서 2003년 3월에 <한겨레21> 창간 10돌 기념 이벤트로 '인터뷰 특강-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을 진행했다. 이 강연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이다. 강연자는 박노자, 한홍구, 홍세화, 하종강, 정문태, 오지혜 다우드 쿠랍 등 7인의 아웃사이더 전사들이다. 실제로 박노자와 홍세화는 격월간 진보잡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위원이다. 이들의 특강을 놓친 것이 아쉬웠는데 뒤늦게 책으로 만난다.

  현장의 분위기와 대면 접촉이 아닌 활자화된 내용의 한계가 아쉽긴 하지만 7명의 색깔이 분명하고 압축된 흐름으로 읽힐 수 있겠다. 아쉬운 것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나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나를 배반한 역사>등 강사들의 책을 읽지 않았거나 평소 관심이 없던 독자들이라면 짜증섞인 비판이 나올법도 하다. 다소 수박 겉핥기식 교양 강의 수준으로 비춰질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밖에 요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홍세화, 박노자, 한홍구의 강의 내용이 그렇다. 하종강의 강의는 들을때마다 박카스처럼 마음을 다지게 하고 오지혜의 강의는 친근하고 쉽게 다가온다. 쉽게 접하기 힘든 전쟁기자 정문태의 강의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쿠탑의 강의 내용이 새롭다. 진짜 교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평등 의식이나 정의감은 학습이나 훈련의 결과이거나(그것이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취하는) 행동이 아니라 본성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뼈아프다. 본성을 지켜가는 것조차 힘든 사회가 되는게 아니라 평등의식과 정의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옳은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 하는 겁니다. 자신의 부채를 어느 쪽으로 펼쳐야 할지 항상 고민하면서 살자는 겁니다. “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노동자 사이에서 공정하게 중립을 유지할 거야.”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어느 것이 가치 있는 삶이겠어요?’ - 하종강의 강의 중에서

  누구든 쉽게 말할 수 있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실천해 나가자고. 진보적 딴따라 오지혜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러나 쉽지 않은 것이 실천이다. 양심에 귀기울이고 행동과 실천, 참여와 나눔으로 삶의 모습과 자세를 생활 속에서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한 권의 책은 필자가 두명 이상일 때 깊이가 떨어지고 남는게 없을 수도 있다. 이번에 주문한 책들이 대부분 그렇다. 여러명의 공동 집필이다.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200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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