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명 이야기 - 반양장
황우석.최재천.김병종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태어나는 책의 절반만이 사람들에게 읽힌다고 한다. 나머지는 팔리지 않아 폐휴지가 되거나 버려지거나 재활용 될 것이다. 팔린 책의 절반만이 읽힌다고 한다. 사람들이 책을 사서 선물하고 책꽂이에 꽂아두고 도서관에 비치하지만 정작 읽히는 책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읽힌 책의 절반만이 이해된다고 한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억지로 읽는 학생들부터 의무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까지 활자를 읽어내기 했지만 이해하는 것은 그것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해된 내용의 절반만이 내면화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내면화 된 내용의 절반만이 활용된다고 한다. 활용이란 말은 자신의 생활에 적용되거나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거나 인생을 바꿀만한 변화가 일어나거나 하는 등의 실천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산술적으로 제작된 책의 6% 내외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또한 어떤 사람이 읽은 책의 12% 내외가 활용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느냐의 문제는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만큼 독서는 쉽지 않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노력의 과정이라고 본다. 악서는 없고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봐도 될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물론 개인의 성향이나 지적 성숙도 관심 분야에 따라 편중된 독서 형태를 보이기도 하고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책의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출판 상업주의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이틀동안 내 시간을 뺏긴 책 <나의 생명 이야기>같은 책이다. 황우석, 최재천 두 사람의 글을 정리하고 김병종의 그림을 넣어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황우석, 최재천 글, 김병종 그림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이름난 두 과학자의 생명에 대한 나름의 견해와 철학이 담긴 책이라고 판단한 내가 잘못일까? 심하게 말하면 신변잡기적 성공기 수필이다. 세 사람 모두 53년 동기생이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동료 교수들이다. 같은 주제로 뭐든 묶어 펴내면 책이 되는가 묻고 싶다.

  스스로 시골 촌놈으로 자처하는 황우석 교수의 소이야기와 눈물어린 성공담은 순수하고 우직한 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들 마음의 고향인 농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 게으르고 나태한 자세로 주변 환경을 탓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듯하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행태학, 사회동물학자로 많은 강연과 저술 활동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가 많은 과학자다. 하지만 후반부에 담긴 그의 사회적 발언들은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대안이 없는 자기 학문분야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예산과 정책의 뒷받침을 요구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이 없다. 떼써서 될 일인가? 또한 교육과 사회 현상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실망스럽다. 편향되어 있다는 것과 다르다. 다른 시각에서 자신의 주장을 올곧게 펼칠 수 있다면 동의하기 어려워도 이해할 수는 있겠다. 다름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김병종 교수의 좋은 그림들이 책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으나 부분과 전체의 조화에 실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 대중의 과학화에 찬성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지양(止揚)되어야 마땅하다. 개인적인 성향과 책이 지녀야 할 미덕에 대한 기대가 달라서일까?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책이었다. 표지 뒷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세 분의 좋은 뜻은 이해하겠으나 다시 책으로 만날 일은 없겠다. 요즘 들어 책을 살 때 출판사를 꼼꼼히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한 나의 탓이기도 하다.

 

200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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