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한국 여성의 역사
박수정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여성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방향성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여성’이라고 범위를 한정시키고 보면 참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일하는 여성’으로 범위를 한정시키고 보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다.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는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 70년대 초창기 민주노조의 기틀을 마련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산업화 사회의 숨은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역할과 위상을 인정받아 마땅한 이 땅의 ‘공순이’들의 이야기다.

  가난은 한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복권처럼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적 계급도 아니다. 해방이후 우리의 정치 현실을 들여다보면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잘못된 과거의 청산과 반성이 없이 진행형의 과거를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과 그들의 딸들은 어떻게 살아왔나? 멀지 않은 내 어머니 세대의 일이고 보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눈물이 흘렀다.

  ‘구로노동자문학회’ 상근자로 일하기 시작한 박수정의 글들이 다소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으나, 박순희, 이철순, 이총각, 정향자, 최순영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의 추억담이나 지나간 옛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들이 노둣돌과 디딤돌이 되어 이만큼 진보했고 발전했으며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질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똥물 투척 사건으로 전국을 뒤흔든 동일방직 노동조합 위원장 이총각. 신민당사 점거농성으로 민주화의 불씨를 당겨 반유신 정치투쟁과 부마행쟁의 기폭제가 되었고 끝내 10․26으로 정권의 종말을 보았던 YH무역 노조 지부장 최순영. 원풍모방 사태의 주역 노동조합 부지부장 박순희. 한국여성 노동자회 협의회위원장 이철순. 전남제사 노동조합 위원장 정향자.

  섬유노조와 관련된 한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노동운동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산 증인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민노당의 원내 진출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순영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과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로 평생을 보내고 있다. 서슬퍼런 유신 독재의 칼날아래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모습들이 더욱 감동적이다. 그후 80년대 학생 운동과 섞이며 겪었을 갈등과 본질적 문제의 대립은 차치하고서라도 온몸으로 싸워온 삶의 모습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못 배우고 가난한 설움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과 자본의 논리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JOC(가톨릭 노동 청년회)의 역할이 곳곳에서 보인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더불어 함께 걸어 갈 수 있는 길에 등불을 밝혀 주는 일이 진정한 종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 어머니와 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21세기를 여성, 환경, 문화의 시대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화두로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문제로서 여성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되어 있다. 여성의 가정내 역할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지루한 이론과 공방들로 시간 보내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각 사업장에서 권익과 인권측면의 여성 문제를 모두가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믿고 있다. 여성 문제라는 용어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많은 관심과 노력이 생활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한사람이 가고 두람이 가고 여러 사람이 가다보면 길이 생기는 것이다. 노신의 글을 보며 인상 깊게 가슴에 새겼던 말이다. 맨처음 그 가시밭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혼자만의 용기도 아니다. 어깨 겯고 함께 걸어갈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그건 꿈이 아니라 곧 현실이 되듯이 말이다. 아직 살아 계신 분들에 대한 삶에 경의를 표하며 이땅에서 생이 다하는 날까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시길 빈다.


20050331
여성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방향성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여성’이라고 범위를 한정시키고 보면 참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일하는 여성’으로 범위를 한정시키고 보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다.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는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 70년대 초창기 민주노조의 기틀을 마련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산업화 사회의 숨은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역할과 위상을 인정받아 마땅한 이 땅의 ‘공순이’들의 이야기다.

  가난은 한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복권처럼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적 계급도 아니다. 해방이후 우리의 정치 현실을 들여다보면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잘못된 과거의 청산과 반성이 없이 진행형의 과거를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과 그들의 딸들은 어떻게 살아왔나? 멀지 않은 내 어머니 세대의 일이고 보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눈물이 흘렀다.

  ‘구로노동자문학회’ 상근자로 일하기 시작한 박수정의 글들이 다소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으나, 박순희, 이철순, 이총각, 정향자, 최순영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의 추억담이나 지나간 옛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들이 노둣돌과 디딤돌이 되어 이만큼 진보했고 발전했으며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질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똥물 투척 사건으로 전국을 뒤흔든 동일방직 노동조합 위원장 이총각. 신민당사 점거농성으로 민주화의 불씨를 당겨 반유신 정치투쟁과 부마행쟁의 기폭제가 되었고 끝내 10․26으로 정권의 종말을 보았던 YH무역 노조 지부장 최순영. 원풍모방 사태의 주역 노동조합 부지부장 박순희. 한국여성 노동자회 협의회위원장 이철순. 전남제사 노동조합 위원장 정향자.

  섬유노조와 관련된 한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노동운동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산 증인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민노당의 원내 진출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순영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과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로 평생을 보내고 있다. 서슬퍼런 유신 독재의 칼날아래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모습들이 더욱 감동적이다. 그후 80년대 학생 운동과 섞이며 겪었을 갈등과 본질적 문제의 대립은 차치하고서라도 온몸으로 싸워온 삶의 모습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못 배우고 가난한 설움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과 자본의 논리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JOC(가톨릭 노동 청년회)의 역할이 곳곳에서 보인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더불어 함께 걸어 갈 수 있는 길에 등불을 밝혀 주는 일이 진정한 종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 어머니와 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21세기를 여성, 환경, 문화의 시대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화두로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문제로서 여성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되어 있다. 여성의 가정내 역할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지루한 이론과 공방들로 시간 보내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각 사업장에서 권익과 인권측면의 여성 문제를 모두가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믿고 있다. 여성 문제라는 용어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많은 관심과 노력이 생활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한사람이 가고 두람이 가고 여러 사람이 가다보면 길이 생기는 것이다. 노신의 글을 보며 인상 깊게 가슴에 새겼던 말이다. 맨처음 그 가시밭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혼자만의 용기도 아니다. 어깨 겯고 함께 걸어갈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그건 꿈이 아니라 곧 현실이 되듯이 말이다. 아직 살아 계신 분들에 대한 삶에 경의를 표하며 이땅에서 생이 다하는 날까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시길 빈다.


200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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