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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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건 대학 1학년 언어학 개론 시간이었다. 변형생성문법에 관련된 그의 이론을 처음 접하며 단순히 언어학자로의 명성만을 익혔다. 그러나 미국의 살아있는 지성으로 그의 저서들이 말하는 것은 우리들 현실의 이면에 숨어있는 추악한 얼굴들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그는 언어를 연구하는 일이 대학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론적 학문 탐구의 영역으로만 머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들 존재 양식의 문제이며 눈을 가리고 보이지 않도록 숨겨놓은 진실들을 양심의 소리에 맡겨 소리 높여 외친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길들이기 교육을 넘어서와 2장 민주주의와 교육 두 장은 이 책의 편집자인 마세도와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3장부터 5장까지는 마치 현실의 정치와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회과학 서적처럼 읽혀진다. 그러나 1, 2장에 촘스키의 교육관을 이해했다면 3~5장이 덧붙은 이유도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촘스키의 책은 신선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제의 군국주의식 근대교육에서 출발한 학교 제도가 보여주는 불합리와 모순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길들여졌고, 그런 조작을 정부가 주도하고 언론이 뒷받침했다는 것이 촘스키의 주장이다. 신랄하며 통쾌하다. 누구에게 한방 먹인 기분이 아니라 짜증스러움과 답답함을 누군가 대신 그것도 영향력 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대신 듣는다는 것은 시원한 일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것처럼 유행이 되어버린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자본주의의 극한을 보는듯하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노동 유연성에 대한 경고와 국적 불명의 투기 자본들이 보여주는 마수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 개방’이라는 미명아래 외국 대학의 분교 설립과 교원들의 자질을 문제삼아 미국식 계약제로의 전환까지 거론될 정도가 되었다. 물론 교육의 형식적인 틀과 제도적 측면은 논외가 될 수도 있으나 형식은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촘스키는 외친다. 민주교육은 강요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바로 교육의 현장,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교육을 하라는 것이 촘스키의 주장이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들을 - 특히, 정부와 언론 - 제대로 파악하고 비판적 안목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 학교다. 그것이 학교의 기능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면 암담한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힘겹지만 꿋꿋하게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200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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