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미학 -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미와 교코.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오늘처럼 진초록의 산길을 더 없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기훈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속도가 만들어준 바람을 만지작거리며 행복하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행복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듯이……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선악과(善惡果)를 먹은 아담과 이브를 묘사한 성경의 창세기 3장6절. 영화 ‘주홍글씨’는 이 자막으로 시작된다. 모든 유혹과 쾌락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그것은 우리들 삶의 일부이며 드러냄과 감춤의 묘한 대비이다.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쪽과 저쪽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 삶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성의 미학>은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미술에 나타난 인류에 대한 욕망의 역사를 보여준다. 진중권의 부인 미와 교코는 남편과 함께 욕망과 쾌락의 미학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몸, 쾌락, 남녀, n개의 성.

  몸 - 구스타브 쿠르베의 ‘세계의 근원’을 시작으로 독자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여성의 바기나에서 비롯되는 욕망의 근원을 시작으로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남성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보여준다.

  쾌락 - 훔쳐보기로 시작해서 신화의 모티브를 차용한 렘브란트의 ‘디아나, 악티온과 칼리스토’를 정점으로 성서의 ‘롯과 딸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보여주는 근친상간에 이르기까지 쾌락의 다양한 표현방식들을 제시한다. 백조로 변신하여 레다와 교합하는 주피터를 주제로한 수간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왜 외설과 다른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남녀 - 영화로도 잘 알려진 ‘롤리타’ 현상에서부터 ‘다에나’, ‘비너스’를 주제로 한 그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 보여준다. 특히 사내와 정을 나눈 후 그 사내를 파멸시키는 여인들, 흔히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 부르는 요부로 그려지는 ‘살루메’를 주제로 한 여러 그림들의 다양한 해석과 화가들의 표현방식은 성서의 애매한 해석으로 이해불가능한 인간의 욕망들을 해석하고 있다.

  n개의 성 - 플라톤의 ‘향연’에서 보여주는 어린소년에 대한 사랑의 고결함을 시작으로 ‘아폴론과 히야킨토스’(장 브록)에서 보여주는 일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에 비해 여성들끼리의 동성애는 앵그르의 ‘터키탕’을 위시해서 부정적 대상으로 표현되어 온 남성중심의 의식세계를 통해 본질적인 차이를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성기를 가진 ‘양성구유’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서양미술에 나타난 다양한 현상들을 시대적 배경과 사회 문화적 영향들을 고려해서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은 단순히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 측면에서가 아니라 철학과 문학으로 접근할 수 없는 또다른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특히, 변함없는 인간의 욕망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의 차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에로스에서 출발하여 타나토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망을 생의 주제로 본다면 종교와 부딪히게 된다. 그것이 어떤 이름의 욕망이든. 삶의 목적과 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단 한순간도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까? 그것이 미학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이 잡다한 욕망들과 억압의 기제는 삶의 또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다.

  미셸 푸코의 말처럼 우리들에게 ‘금지’는 더 큰 쾌락을 위한 욕망의 경제학은 아니었을까?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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