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 라루스 서양미술사 7
에디나 베르나르 지음, 김소라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부터 시작된 미술 여행이 이제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20세기를 근대미술과 현대미술로 나누어 일별하는 일만이 남겨져 있다. 20세 초반부터 제 2차 세계 대전이 종전되는 1945년까지의 기간동안 세계사는 급박한 소용돌이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과 혼란 그리고 새로운 전망에 대한 모색을 가능하게 한 시기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1차 혁명이 일어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었으며 프로이트의 ‘성욕 이론에 관한 세 논문’이 발표된 것은 1905년의 일이다. 일본과 우리 나라 사이에 을사 늑약이 체결된 잊지 못할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근대 미술은 폴 고갱과 세잔의 죽음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고 평가한다. 미술의 한계는 이러한 사회적 불안과 과학적 혁명을 반영하며 정신분석학에 기여한 무의식과 니체, 베르그송 등의 철학적 직관들이 이 시대의 미술에 혼재되어 나타난다. 한마디로 규정 지을 수 없으나 나름의 특징을 짚어 낼 수도 있겠다.

  색에 의한 혁명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충동에 대한 이들의 거리낌 없고 심오한 분석은 에드바르 뭉크와 표현주의 화가들, 신즉물주의와 마술적 사실주의 화가들, 심지어 초현실주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0세기 첫 번째 미술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야수파는 색의 자율성과 화가의 감정적 개입을 인식하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티스, 드랭, 루오, 블라맹크, 칸딘스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창가 풍경, 탕헤르’에서 보여주듯이 푸른색에 대한 마티스의 집념은 색채의 강렬함과 더불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표현주의 운동은 독일에서 야수파와 같은 시기에 전개되었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야생의 실존주의적 분노”, 미술가들의 감정과 세계에 대한 비극적 성찰이 결합된 것이다. 스페인의 고야, 영국의 블레이크, 독일의 프리드리히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리위의 소녀들’, ‘카를 요한의 저녁’, ‘절규’ 등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은 이런 한 유파의 특징을 넘어 근대 미술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봄 햇살은 우울한 등불로, 한가한 풍경은 음산한 분위기로 표현하며 어둡고 복잡한 감정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그림은 현대인의 불안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이해된다. 앙리 루소와 모딜리아니의 그림도 눈에 띈다. 주로 초상화와 양식화된 누드화를 그렸던 모딜리아니의 인물들은 생전에 주목받지 못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추종자로 일컬어지는 샤갈의 그림들이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의 그림들은 하나의 유파로 규정지을 수 없을만큼 강렬했고 자유로웠다.

  형태에 의한 혁명으로 명명되는 입체파와 미래파, 절대주의자, 구축주의자들은 형태의 재구성을 통해 이전의 운동들이 진행해온 색에 의한 혁명의 성과를 심화하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아방가르드(avant-garde)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들은 앞선 세기들의 미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학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 20세기적 경향을 보여주었다.

  “시각의 현실이 아니라 관념의 현실에서 차용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입체파의 특징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첫 번째 입체파 회화는 세잔의 영향을 받았다. 고국 스페인의 수난 당하는 바스크 지역에 헌정하는 걸작 ‘게르니카’는 고통과 죽음과 공포를 직각의 선과 대각선의 대비에 의해 혼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마르셀 뒤상, ‘전쟁’을 그린 오토 딕스, ‘붉은 광선주의’를 그린 라리오노프, ‘호밀 수확’을 그린 말레비치 등 미래파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역시 뒤틀린 현실과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의식들을 반영한다.

  “회화 앞에 물질의 해체에 관한 전망이 열리고 있다” - 바실리 칸딘스키
  “조형적 수단은 무채색이 아닌 원색으로 이루어진 직각의 면과 프리즘이어야 한다.” - 피터 몬드리안

  추상의 시대를 연 것은 칸딘스키다. 마넬리의 ‘서정적 폭발’, 클레의 ‘붉은 풍선’, 되스부르크의 ‘역-구성’, 리트벨트의 ‘적색과 청색의 의자’, 등은 청기사와 신조형주의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보여지던 회화와 또 다른 충격과 느낌을 전해준다. ‘넌 날…’이라는 작품으로 뒤샹의 화려하고 복잡한 심미의 세계를 보여준다. 문학에서 기원한 다다이즘은 미술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형이상학적 실내’를 그린 조르지오 키리코를 기준으로 삼은 현실주의 또한 인간 무의식의 변형된 모습들을 비춰주고 있다. 아쉬운 것은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는 화가중 한사람데 ‘가면을 벗는 우주’ 한 작품 만이 소개되고 있다. ‘욕망의 수수께끼’, ‘깨어나기 1초 전 사과-석류 주위의 꿀벌 한 마리의 비행에 의해 야기된 꿈’을 그린 살바도르 달리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초현실주의를 온몸으로 보여준 화가이다. ‘빨강, 노랑, 파랑’으로 가장 엄격한 신조형주의를 고수한 몬드리안은 추상의 영속성을 확고히 하였다. ‘왕의 슬픔’을 그린 앙리 마티스는 원색에 기초한 강렬한 색채와 푸른색에 대한 관심으로 독특한 미의식을 창조해 내었다. 그 밖에 조형과 국제적 양식들은 현재에 볼 수 있는 형태로 이어진다.

  1929년의 대공황은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인간 조건에 대한 위기이기도 했다. ‘인터내셔널’을 그린 그리벨, ‘실업자’를 그린 그로메르를 통해 구상으로의 회귀를 보여준다. 이 그림들은 사회적 사실주의와 노동자의 비참함에 대한 직접적 증언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랜트 우드, 에드워드 호퍼로 대표되는 미국의 회화나 라틴 아메리카의 회화는 간략하게 소개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리베라 디에고의 그림 한 점만을 소개하고 있다.

  히틀러의 등장과 중국의 대장정, 제 2차 세계 대전과 원폭에 의한 종전 등 20세 초반의 지구는 끓는 물과 같았다. 염세주의와 부조리의 철학이 유행할 수 밖에 없었으며 실존에 대한 불한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이전 세기와 비교할 수 없는 급속한 변화가 이루어졌던 시기가 바로 근대미술에서 이야기 했던 20세기 초반의 모습이었다. 사회와 인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 미술을 바라보고 화가를 이해하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시대의 불안한 여유는 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200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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