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듣다 읽다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미학강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고봉만.류재화 옮김 / 이매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읽은 서양미술사 <고전주의와 바로크>를 다시 뒤적여 본다. 고전주의와 바로크 시대의 거장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과 ‘엘리에제르와 레베카’라는 그림으로 시작되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미학 강의는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 대표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교훈을 얻어내고 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미학강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보다 듣다 읽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푸생을 보고, 라모를 들으며, 디드로를 읽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말과 음악’, ‘소리와 색깔’, ‘오브제들에 관한 시선’으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가지 곤혹스러운 것은 라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들어본 적도 없는 나는 음악에 대한 이론들이 마치 낯선 외국어처럼 이해 불가능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190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930년에 최연소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브라질로 건너가 원주민과 함께 거주하면서 미개문명에 대한 탐구에 정열을 쏟았고, 2차 대전을 피해 뉴욕으로 건너가 언어학자 야콥슨을 만나 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프랑스로 귀국하여 ‘사회인류학’ 강좌를 창설한 20세기의 뛰어난 지성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푸생의 두 그림을 꼼꼼하게 해설하는 방식은 당시 예술가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시 라모의 음악에 열광했던 이유를 멜로디와 화성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디드로의 예술론이 보여주는 당시의 논의들을 통해 미의식에 대한 변화들을 분석해주고 있는 셈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시대가 아닌가 싶다. 레비-스트로스가 푸생과 라모와 디드로를 선택한 것은 사회인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었겠지만 고전주의와 바로크, 신고전주의 대표자를 통해 인간의 미적 가치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예술과 시대에 충실한 예술의 가치 평가를 내릴 때 어느 쪽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없듯이 인류가 쌓아온 문화는 상대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특정 인물인 푸생, 라모, 디드로를 넘어 말-여기에는 언어학자 소쉬르의 ‘빠롤parole’ 개념이 ‘랑그/랑가주langue/langage'과 구분되어 쓰인다-과 음악, 소리와 색깔이라는 사유방식으로 확장되어 ’오브제objet'에 대한 시선으로까지 확대된다. 인간이 살아온 문화와 인류의 생활방식들 속에서, 특히 문명화되지 않은 '바구니'에 대한 사소함에서, 대상에 대한 그의 탁월한 분석과 날카로운 시선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온전히 내게 전달되어 육화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우리 고유의 예술 대상들, 즉 오브제에 관한 연구와 깊이있는 관심은 결국 한국인의 사유방식과 문화 코드를 읽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저력 때문이다. 이름난 유럽과 서양의 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곧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을 현재화하고 세계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우리 고유의 미학 강의가 나올 날이 멀지 않다고 믿는다.

 
200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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