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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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는 시대적 의미를 벗어날 수 없다. 1939년 ‘문장’지에 연재되던 글들을 이듬해 출판했고, 1946년 증정판을 출판해으며 1988년 창비에서 신판을, 그리고 2005년 개정판을 냈다. 60여년간 끊임없이 이 책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쉽고 간결한 내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문장과 작문에 관한 기초 입문서 정도의 내용이다. 문장과 언어의 차이를 비롯해서 문장의 종류, 산문과 운문의 차이, 퇴고의 이론과 실제, 문체 등 다양하고 꼼꼼한 실용적 글쓰기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시나 소설류의 문학적 글쓰기를 따로 다루지 않았으나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한 전반적인 형식과 내용은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것이 저학년용 글쓰기 교본 정도로 취급될 수는 없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교본 역할을 할만한 책이 전무했으리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이태준의 계몽적 의도가 일부 포함되어 있겠으나 해방을 전후해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안내와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다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예문이다. 딱딱한 이론서가 범하기 쉬운 오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극복했다. 본격적인 현대문학의 개화기였던 1930년대의 작품들의 풍부한 인용과 고전문학에서 빌려온 예문들이 풍성하다. 실제 글쓰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이론은 어떤 형태로 실제에 적용되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대의 문장가들의 문장을 통해 글쓰기의 실제를 보여주는 방법은 가장 적절한 형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어휘와 표현이 많이 바뀌었고, 특히 빈번하게 사용되던 한자어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에 예문들이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임형택 교수는 한자어에 대한 명확한 해설과 의미를 밝히는 해제 작업을 통해 이 책을 현재화했다. 원본에 손상이 갈만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듯이 이태준의 의도나 내용이 주는 간결하고 담백한 형식이 훼손되지는 않았다.

  일상 생활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글쓰기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일기에서 이메일, 하다못해 이런 아마추어 서평과 독후감에서 비롯하여 각종 글쓰기의 영역과 범위가 넓어진 이 시대에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새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글을 써서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국어교육의 부제도 탓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의 기초와 개념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지침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책이 우리에겐 다양하게 필요하다. 이 책이 전부를 해결 해 줄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글을 쓰는 행위는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일상 속에서 그 수많은 글쓰기가 오히려 소중하고 삶의 일부를 이룬다고 믿는다. 이태준의 ‘문장(文章)에 대한 이야기식 강의는 그래서 편안하게 독자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볍고 기꺼운 마음으로 글쓰기의 ㄱ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초보적인 글쓰기를 돌아보는 반성의 기회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200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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