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는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문장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며 암호를 풀기위한 키워드로 사용된다. 독특한 형식과 맛깔스런 내용의 소설 한편이 내게 왔다.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2>는 추리 소설이자 환타지 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소설을 읽는 재미는 삶에 대한 통찰이나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재미가 ‘상상력’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우선 이 책은 주인공인 공룡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모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대부시인인 단첼로트로부터 상속받은 책속에 끼워진 열장의 원고를 읽으면서 그의 모험은 시작된다. 린트부름을 떠나 차모니아 서부 둘스가르트에서 동쪽에 위치한 부흐하임에 도착한 주인공은 그 원고의 작가를 찾아나섰다가 고서점가의 검은 실력자 스마이크의 덫에 걸려 지하묘지에 버려진다. 외눈박이 책벌레들인 부흐링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주인공이 가죽동굴에서 ‘오름’을 하기 직전까지의 내용이 1권의 내용이다.

  바야흐로 우주 여행을 시대를 맞이해서 인류는 이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하늘과 바다속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차츰 미지와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땅 속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19세기에 쥘베른의 <지구속 여행>이 발표된 후 21세기가 되었지만 땅 속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여전히 상상력의 공간으로 남아있다. 부흐하임의 지하묘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생물들과 끝없이 펼쳐진 서가들 그리고 그 서가에 꽂혀 살아숨쉬며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어떻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룡 미텐메츠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가공의 작가와 책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부흐링족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책에 대한 애정은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희귀하고 소중한 책들을 얻기 위해 지하묘지에서 암투를 벌이는 전설적인 책 사냥꾼 레겐샤인과 악의 축(?) 롱콩코마의 역할은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조연의 역할을 한다. 선과 악의 축으로 인물 유형이 나뉘는 한계는 모험 소설의 기본 유형으로 단순함의 재미가 시작된다. 어설픈 교훈과 현실과의 연계성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모험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날의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이미 오래된 책들 속에 쓰여 있습니다.”

  무심히 내뱉는 작가의 이 말 한디가 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또다른 메시지는 아닐까 싶다. 우리는 거의 무한대로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도서관과 대형 서점에서 책에 대한 중압감에 기가 질려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지식의 총아로 볼 수 있는 책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면서도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대상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1차원적인 재미과 흥분, 지적 호기심과 깨달음도 물론 책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일까?

  여로형 구조의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미지의 세상에 대한 흥분과 기대, 알수 없는 원고 한편의 의미와 그 작가를 찾아 내는 과정속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상상속의 존재들과 공간들이 서사구조의 축이다. 주인공과 조력자, 악의 무리들과 해결과제가 뚜렷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은 쉽게 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끝을 보아야 손을 놓게 되는 부류의 책인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분량 때문인지 몰라도 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과 하드카바가 주는 부담감이다. 형식은 내용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풍스런 느낌과 켜켜이 먼지 앉은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특별한 책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와 표지는 일체감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2권을 읽지 않을 수는 없다. 부흐링들의 ‘오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고 열장짜리 원고의 주인공과 의미를 밝혀내야하며 행방이 묘연한 레겐샤인과 그림자 제왕도 만나야한다. 그리고 지하묘지에서 부흐하임의 지상이나 린트부름으로 주인공이 살아돌아 올 수 있을지는 뻔하면서도 궁금하다.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고 방법을 알기 위해 2권을 Т?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찬바람이 불 때까지 현실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지? 본격적으로 소설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200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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