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가우디 살림지식총서 127
손세관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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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기회에 가우디 건축 화보집을 접한 적이 있다. 스페인어 선생님께서 방학 기간중 스페인에 다녀오시면서 가우디의 건축물 사진첩과 관련서적을 구입해 오셨다. 물론 읽지는 못하고 그 사진들을 통해 그의 건축물에 매료됐다. 공간 예술로서 가우디의 건축물은 숙연함을 자아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가까운 거리라면 한달음에 달려가 보고 싶을만큼 매혹적이었다. 특히 ‘카사 바트로’와 그의 대표적 건축인 ‘성가족 성당’은 형언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1852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가우디는 구리세공으로 솥과 그릇을 만드는 아버지를 도우며 평면에서 공간으로 펼쳐지는 과정을 일찍이 습득하게 된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태양의 빛이 쏟아내는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자란 가우디는 그 모든 감각을 장식과 조각에 쏟아부었다.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전폭적인 지원자였던 구엘을 만나면서 가우디는 그의 건축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 구엘 가족의 별장과 정원에서 건축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건축은 말없이 군림한다.’는 가우디의 말은 말없는 웅변으로 건축을 통해 그의 생각을 대변한다. 온갖 장식과 조각의 아름다움이 건축에 가미되어 전통적인 건축물의 개념과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는 건축에 대해 ‘조형능력은 감성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는 말로 폭넓은 개념으로 정의내리고 만다. 저자 손세관은,

  가우디는 건축의 형태가 구조체의 명쾌한 표현이므로 건축은 점이나 선이 아닌 연속적인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연세계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형태를 선이나 면으로만 분석하는 인간의 지성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55페이지)

  라고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표현한다. 조형미와 빛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던 가우디의 건축물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의 하나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만큼 그의 건축은 이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진실의 광채’라고 말한 가우디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건축가이기 전에 성자였던 가우디는 1883년부터 1926년 사망하는 날까지 43년간 ‘성가족 성당’에 매달린다. 아직도 건축중인 ‘성가족 성당’에는 연간 백만명이 넘은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성당 지하에 묻힌 가우디는 영원히 이 성당의 건축가이자 보이지 않는 주인이 되어 성당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교회는 종교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넓게 열려진 공간이 될 것입니다.’는 가우디가 남긴 한마디는 이 성당에 대한 그의 집념을 대신한다.

  가우디는 모든 건축물에 대한 기본적 태도가 주변 환경과의 완벽한 조화였다. 주변의 지형과 자연, 하늘과 자연의 빛까지 고려한 그의 건축들은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내는 인공적 흉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조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는 말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형태로서 웅변하는 건축가였다.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언어의 인간과 행동의 인간이지요. 언어의 인간은 말하며, 행동의 인간은 실천합니다. 저는 두 번째 부류에 속합니다. 저는 언어 표현력이 부족하지요. 가령 저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서, 말로든 글로든 남긴 적이 없습니다.(81페이지)

  현명한 사고는 과학보다 우수하다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업에 몰두하며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가우디의 장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하다. 말하는 인간보다 행동하는 인간이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내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사람들은 언어의 인간보다 행동하는 인간에 매료된다. 말없이 걸어가는 신념 앞에 숙연해진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가족도 남기지 않은, 평범한 삶을 거부한, 평생을 신과 건축을 위해 살았던 ‘신의 건축가’ 가우디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는 언제 스페인으로 달려 갈 수 있을 것인가?



200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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