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
루츠 폰 베르더. 바바라 슐테-슈타이니케 지음, 김동희 옮김 / 들녘미디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용어들 중에 개념 자체가 모호하거나 구분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교양인’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학력으로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지식의 양이나 범위로 구분하는 건 더욱 불가능하다. 객관적으로 시험을 만들어 ‘교양인’ 자격증을 줄 수도 없다. 나는 누가 교양인인가하는 의문을 갖는다. 루츠 폰 베르더와 바바라 슐테-슈타이니케가 공저한 <즐거운 글쓰기>의 부제를 ‘교양인이 되기 위한’이라고 되어 있어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원제는 ‘Schreiben von tag zu tag’이니 우리말로 간단하게 ‘매일 매일 글쓰기’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출판사에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다.

  글은 아무나 쓴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책임감 있게 써야 하고 사회적 영향이나 독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다음에야 어려워 할 것은 없다. 다만 마음 속에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자판을 두드리거나 펜을 잡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들은 스스로 배워 나가고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에서 배울 것은 단 한가지 매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길이요 진리다.

  책의 구성 또한 간단하다. 문학적인 글쓰기, 치료적인 글쓰기, 철학적인 글쓰기가 핵심 내용이다. 그러기 위한 준비 단계를 설명하고 매일 매일 써야할 주제나 고민할 내용을 제시한 후 다음 날로 넘어간다. 말하자면 혼자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글쓰기 자습서’ 정도로 이름을 붙혀 둘 만한 책이다.

  산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지향하며 어디서 행복을 느끼고 생의 참된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모두 다른 답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가치관이나 인생관이라는 제목으로 일기장에 적히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실천일 것이다. 누구나 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실천 방법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두 사람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써라. 일단 써라. 그리고 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써라. 인생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쓰냐고 묻는 사람에게 권한다. 일기를 쓰라고.

  책에서 권하는 방법대로 매일 정해진 분량이나 내용을 따라 글쓰기를 하게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정해진 날짜별로 세 유형의 글쓰기를 대략 합해보면 250여일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나머지 연습과 도움말을 참고하면서 혼자서 이 책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데 1년 정도의 계획을 잡으면 되겠다. 물론 철저하고 꼼꼼한, 학창시절 모범생으로 자부하던 사람의 경우다. 그렇지 않다면 대략 훑어보고 이런 방식으로 글쓰기가 진행되며 사고 과정에 유의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싶다. 글쓰기의 궁긍적인 목적과 방향만 정해진다면 사실 문제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생의 감동을 적어보거나 자신을 치유하고 철학적인 글쓰기를 통해 ‘자아’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교양인이 되기 위한’이라는 다소 애매한 부제가 붙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우리는 거의 매일 글을 쓴다. 문자를 쓰든, 이메일을 쓰든, 쪽지나 메모를 쓰든, 일기를 쓰든 아니면 창조적인 글을 쓰든 뭐든 쓴다. 하다못해 표현하지 않을 뿐 머릿속에라도 매일 쓴다. 쓴다는 행위는 사고 행위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행위들을 통해 변화된 나의 모습과 내안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작가가 되기 위한 사람들이나 전문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또 다른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편안하게 시작하면 될 일이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매일 쓰는 수밖에.


200510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