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살아있는 교육 2
이오덕 지음 / 보리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는 지도가 가능한가’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어 과목에 포함되어 있는 쓰기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작문’이라는 과목으로 심화되어 있다. 국어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쓰기 교육이다. 하지만 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거나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과문한 탓인가. 살아 있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어떤 것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다.

  40년 넘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알기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시는 선생님의 글솜씨는 담백하다. 글쓰기에 관한 글 자체가 한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어휘가 없으며 뒤틀리고 어색한 표현이 없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숨쉬듯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딱딱하고 이론적일 수 있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방법과 실제가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대부분 초등학생들의 글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중고등학생은 물론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듯한 책이다. 우리의 글쓰기 교육이 얼마나 제멋대로 혹은 왜곡된 형태로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는지 너무나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이어서 시선 둘 곳이 마땅찮다. 10여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교과서도 많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어려움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에게 숙제로 남겨져 있다. 그것은 어른들의 탓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분명히 이야기한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책은 교사들을 위한 책도 아니고 학부모를 위한 책도 아니고 학생들을 위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들 삶을 점검하고 교육의 방법을 되짚어 보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점검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결정된다면 글쓰기 교육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 같다.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럽고 솔직한 글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참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간 선생님께서 모아 놓은 학생들의 잘된 글과 잘못된 글들을 읽어 나가면서 내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고 무수한 ‘글짓기’가 떠올랐고 ‘백일장’이 생각났다. 과연 그랬구나. 정말 그랬었구나.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주변의 모든 일들이나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전체의 문제를 글쓰기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작은 생각의 변화와 갈들이 시작되는 곳에 항상 문제의 실마리도 함께 놓여 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막막해 보이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그저 소박한 대답들을 늘어 놓을 뿐이다. 그것이 정답이고 글쓰기를 대하는 첫 번째 태도이다.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받았던 잘못된 글쓰기 교육 때문에 지금도 쓴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엔 이런 책이 심각한 내용이었지 하고 추억속의 이야기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는 ‘어떻게 살 것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이오덕 선생님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쓰기 교육이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아니 교육의 큰 틀을 짜고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부터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큰 뜻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하다. 마음 속 큰 스승의 깊은 정신을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다.


200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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