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논증이다 - 탁석산의 글쓰기 2 탁석산의 글쓰기 2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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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말하기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각을 글에 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이 앞서는 말하기는 글쓰기보다 훨씬 효과적인 수단일 때가 있다. 하지만 언어외적 요소들이 말의 내용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특히 실용적 글쓰기에서 논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소홀하게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논리적 검증’과 ‘논리적 증거’가 뒷받침 된 설득력 있는 글을 보면 빈틈을 찾기 어렵고 내 생각과 어긋나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신문 칼럼이나 사설을 보다가 ‘울컥’하는 경우가 많다. TV논평도 마찬가지다. 번지르한 말주변이나 화려한 수사로 자신의 주장을 담아내지만 논리는 모호하고 이치에 닿지 않는 논거로 변죽만 울리다 끝이 나는 글들이 많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설과 칼럼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신문이 더 이상 훌륭한 글쓰기의 모범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2권은 <핵심은 논증이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렇다 핵심은 논증이다. 얄팍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싶다. 당연한 이야기들과 명확한 논리를 무시한 글쓰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다만 국문과나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국어교사들이 글쓰기를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면들이 학생들에게 소홀하게 지도된다는 탁선생의 편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논증은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된다. 전제는 결론의 근거가 된다. 흔히 말하는 논거가 되는 것이다. 결론을, 즉 주장을 하기 위해 명확한 근거를 내세우는 것이 논증이다. 그렇다면 논증은 어떠해야 할까? 논증의 네 가지 조건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의 3장을 살펴보자.

좋은 논증의 네 가지 조건

전제와 결론이 관련이 있어야 한다.
전제는 참이어야 한다.
전제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반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연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실제 글쓰기 상황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다. 논술을 포함한 많은 글들이 개요작성 없이, 즉 설계도 없이 지어지는 집과 같다.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글들이 그렇게까지 전략적일 필요는 없지만 전문적인 글쓰기에 발을 들여 놓거나 적어도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칼럼의 필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고 거쳐야 하는 글쓰기 과정이다.

  분량과 상관없이 이 책은 한 명의 멘토를 내세워 글쓰기 전반에 관한 쉽고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은 판형과 시원한 편집, 그리고 캐릭터를 이용한 흥미유발, 무엇보다도 분권으로 시리즈물을 만들어내는 ‘김영사’의 얄팍한 상술 혹은 대단한 마케팅 전략이 돋보이는 책이다. 상당히 딱딱하고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이런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는 것도 특별한 비법이라고 인정한다.

  논증이란 결론과 전제로 구성되고, 전제와 결론은 반드시 문장이어야 하며, 전제와 결론은 지지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논증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증은 논리적인 글쓰기의 기본기를 닦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잊지 않고 실전에 활용하는 일이다. 실제 상황에서 총을 쏘지 못하면 아무리 해박한 군사학 지식도 무용지물이 된다.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글쓰기 상황을 위해 한번쯤 읽어둘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지독한 몸살감기도 시간이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약발이 떨어진 아침,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이 부담스럽다.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을 써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건강하고 밝은 하루하루가 지속되기 바랄 뿐이다. 또다시 우리들 몫의 시간들이 미래를 점령하고 있다.


200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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