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내 속에는누군가 나보다 먼저 다녀간흔적이 있다 그가 누굴까? 장경린의 <토종닭 연구소>의 1부 첫 번째 시다. 한동안 행간을 들여다본다. 나보다 먼저 다녀간 그를 생각해 본다. 무수한 존재의 시원을 찾아 헤매는 고단한 작업이 시인들의 창작 행위라면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무임승차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세상에 로그인하고 싶은 시인의 목소리는 유리벽처럼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것 같은 현대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 짧은 시행은 주관적이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것을 위험성이라 표현한 것은 그만큼 단순하고 즉흥적인 반응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린의 시들은 대체로 일상에 발을 딛고 있다. 어느 시인의 시가 일상을 떠나 있을까마는 그의 시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가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비판과 풍자의 극을 달리지도 못하면서 유머스럽다. 독자를 포함한 타자의 대한 불만과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차 있지도 않다.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별 특징없는 한 권의 시집을 편안하게 읽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모두 심각하고 매순간 진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머가 미덕이 될 순 없지만 비틀고 장난하는 몸짓은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의 목소리와 몸짓이든 시인 특유의 개성과 독특한 목소리만 낼 수 있다면 나름대로 분명한 색깔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장경린은 그런 면에서 미흡하지만 버리기는 아깝다.도시에 몰려든 사람들 자본의 물결에 휩쓸리고 내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거리에 버려진 날리는 비닐봉지 같다 시인의 관심사는 ‘자본의 물결에 휩쓸리고 내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거부할 수도 없는 비극적 인식을 가볍게 말해 버린다. 버려진 비닐봉지는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날아다닌다. 저항하거나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지 않고 흐름에 온몸을 내맡긴다. 때로 비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닥에 뒹굴지만 무심한 표정으로 견뎌낸다. 그 모든 대상들이 시인의 관심사이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세상이 아니라 아무것도 의미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오히려 비극적인 시선으로 느껴진다.몽유도원도 21먼 산귀 기울이다떨어지는산수유또 한 해누군가누가 오는가 마지막 시다.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그는 나보다 먼저 다녀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그가 누구이든 먼 산에 귀 기울여 기다리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작은 기다림이다. 이 도시의 삭막함을 견뎌내는 힘은 산수유 떨어지는 소리처럼 다가오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 확신은 시인의 마지막 말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시에 대한, 혹은 타인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화합과 합일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관계맺기’로 볼 수 있다. 시는 존재와 존재 사이의 벽을 넘나드는일종의 ‘숨통 트기’가 아닐까도시와 자연과 다르지 않듯이과거와 미래가 다르지 않듯이내가 당신과 다르지 않듯이다르지 않기를 바라듯이06010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