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평등으로 - 인권을 위한 강의
김동춘.한홍구.조효제 엮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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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 사람이 꿈을 꾸면 일장춘몽, 남가일몽, 한단지몽, 호접지몽이 되지만, 모두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내가 꿈꾸는 현실은 타인이 꿈꾸는 현실과 다른 것이 항상 문제가 생기고 충돌이 발생한다. 편견과 선입견이란 이름은 다수에 의한 비중을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항상 내게 던져 주었던 모든 것들이 편견을 넘어선 곳에서 자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에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원론적 문제에 부딪히면 이야기는 복잡해지고 항상 반복되는 순환론의 고리가 연결된다.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다시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쉽사리 ‘편견’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다수에 의한 공동의 선을 추구하자는 민주주의 원칙을 원용한 절대 선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도 궁금해진다.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합의에 의해 강제될 수 있는가?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그렇다고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이기적인 삶과 금밖에 서있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가 없어질 수는 없다.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그것이 문제다. 늘 이런보다 실천이, 원론보다 각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에 관한한 풍찬노숙을 견뎌내며 흰수염을 휘날리는 문정현신부님같은 분의 행동은 그 어떤 웅변보다 많은 말들을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믿는다.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라는 책은 참 난감한 책이다. 김동춘, 한홍구, 조효제가 엮은 책이라면 안읽어도 뻔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 뻔하다. 그 뻔한 사실들을 우리는 왜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나? 너무 뻔해서일까? 몰라서일까? 귀찮아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서? 내게 불이익이 돌아오니까? 내게 이익으로 돌아올만 게 없어서?

  평등은 또 하나의 편견이다. 평등을 바라보는 관점과 논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여기에 늘어놓는 것도 의미 없지만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어떤 평등을 말하는가에 따라 많은 말들이 오간다. 단순하게 정리해보자.

  인간이 가져야하는, 가질 수 있는 권리와 논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순간들을 굳이 외면하면서 살아온걸까? 내가 그 인권이 뭔지 모르고 살아온걸까? 그 인권을 빼앗기며 살아온걸까? 참으로 감상적이고 주관적 태도에 빠지기 쉬운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학 신입생들에게 기초교양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집필의도와 목적이 분명하고 오래동안 인권운동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필진들에 의해 쓰여진 책은 분명 실천적인 냄새가 강하다. 무모하거나 이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상황에서 논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한 정의가 우선 분명하다. 시민사회와 인권의 문제를 동양문화권에서 살펴보고 서양과 다른 현실상황을 짚어보고 소수자와 장애인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논의의 초점을 다양화하면서도 하나로 모아내고 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순간에 나를 바꾸지 않으면 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모든 갈등과 선택의 순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냉정하다. 그리고 말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일은 더욱 어렵고 힘들다. 편견과 평등은 중지를 모을 일이지만 개인의 의식과 사회 ․ 문화적 토대가 쉽게 바뀌지 않는 어려움속에서 점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떠오르는대로 쏟아내는 것도 지나고 나면 나를 돌아보는 한 순간이 될 것이다. 시작해보자. 여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항상, 나를 인정하듯이 너를 인정하고 이론적 논의와 정책적,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보완에 앞서 의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또 반복할 필요는 없다. 억압과 문화를 앞세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 곳곳의 현실보다 먼저 내 주변을 돌아본다. 실천은 지금,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060309-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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