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로 떠오르는 꿈은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꾸던 꿈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에 불가능한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만 간다. 그것은 강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깨달은 것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거나 소망과 희망을 넘어 욕심과 욕망 사이에서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가 황당한 공상에 빠져 보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개가 있든 없든, 그 과정이 어떠하든 하늘로 날아올라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 먼 곳으로 가버리고 싶은 공상은 어린시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꿈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구체적인 일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은밀한 욕망을 꿈꾼다.

  그 중에 하나가 글쓰기인 사람들을 위한 책도 이젠 제법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목적과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해야함은 물론이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글쓰는 방법을 ‘공중부양’으로까지 승화(?)시키기 위한 나름의 방법과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외수의 것이지 독자들이나 타인의 것으로 확장시키기엔 너무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인정신으로 습득한 노하우를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전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우는 사람이든 가르치는 사람이든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이외수도 그 불가능의 영역을 설명하기 위해 열심이지만 역부족이다. 설명 부족이 아니라 전이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을 메울수는 없다.

  이외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쯤이다. <내 잠속에 비내는데>를 읽은 어머니의 소개로 처음 만난 이외수는 기인이었다. 평범을 거부하는 삶은 때로 위태로워 보인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되어야 이발을 하고, 거지처럼 춘천에서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 치던 시절과 미스 강원과 결혼한 연애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어린 맘에 깊게 각인되었다. 이후 <꿈꾸는 식물>, <개미귀신>, <칼>, <겨울나기>등을 읽고 수필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에서 보여준 그의 감수성에 사로잡혔다. 10대 문학 소년의 감수성에 맞춤한 그의 언어는 지나치게 예리하고 깊이 영혼의 울림을 주었다. 감성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하다고 인정해버렸다. 그 시절의 인연으로 시집 <풀꽃, 술잔, 나비>, 소설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장외인간>, 산문우화집 <감성사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외뿔> 등 그의 글들은 거의 모두 읽고 있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제자리에 머물러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답답하기 보다는 순수하다고 믿는다. 소설의 미덕과 문학성을 논하기 전에 짙은 그리움처럼, 혹은 춘천의 안개처럼 그가 떠오를 때가 있다. 물론 다분히 개인적 취향이거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해도 그에게 진 빚은 많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특징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따뜻한 감성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뛰어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비현실적인 몽환적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본성들을 들추어내는 일이다. 이외수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사물들 사이에 감추어진 그 영혼의 울림을 들어 보라고. 그 소리를 듣거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육안과 뇌안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꼬집는다. 심안과 영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그의 글쓰기는 누구나 공감하기 어렵지만 천진한 어린아이의 시선과 순수하다는 추상명사가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오랫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지도해온 소설가의 능력은 무엇보다도 눈높이에 맞추기 쉽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상과 방법이 명확한 글쓰기 강좌는 오히려 명쾌하다. 철저하게 문학적인 글쓰기에 목적을 둔 이 책은 이외수가 생각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구성, 창작 방법까지 일반론 수준에서 글쓰기 책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대체적으로 중 ․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이나 글쓰기의 기초를 알고 싶은 정도의 호기심 수준에서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정도다.

  이외수의 특별한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 받고 싶거나 본격적인 글쓰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격외선당’을 찾아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될 듯하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진심을 가지고 한 발짝 다가서서 보면 된다.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이 있을 때 던져주는 작은 麗?하나, 방법 한 가지는 소중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루한 잔소리에 불과하다. 조금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제 이런 종류의 책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춘천교대를 중퇴했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보다 온몸으로 보여주는 쪽이 훨씬 그에게 어울린다.


06031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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