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힘
빌리 파시니 지음, 이옥주 옮김 / 에코리브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행동의 바탕에는 욕망이 존재한다. 이 욕망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정신과 의사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분야,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전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욕망은 흥미로운 대상임에 틀림없다. 욕망의 영역을 인간의 심리 중에서 특정 부분이라고 규정지을 수도 있다. 그것이 생물학적 접근이든 심리학적 접근이든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관념론과 유물론 사이에서 헤맬 필요가 없듯이 욕망을 일으키는 감각 기관에 대한 관심과 유독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욕망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병행되어 마땅하기 때문이다.

  빌리 파시니의 <욕망의 힘>은 우리 시대의 욕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육체적 욕구와 욕망을 구분하는 것은 이 책에서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육체적 욕구 때문에 일어나는 성적 흥분 상태와 욕망의 차이점을 저자는 “육체적 욕구와 달리 욕망은 어떤 대상에 경도되어 거기에 집중하는 현상이다. 이는 감정적 긴장이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성적 흥분의 선행 조건으로서 일반적으로 기분 좋은 상태에서 경험하게 된다.(본문 83쪽)”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 차이를 개념화하거나 구분 짓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인간만이 지닌 성적 욕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주로 다루고 있다.

  우리 시대의 욕망은 분명 이전 시대와 다르다. 이전 시대라는 구분은 근대의 개념과 닿아있다. 욕망 자체를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대에는 종교의 억압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적 욕망의 억압과 사회, 경제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합리성에 대해서는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파시니는 거시적 담론으로서 욕망의 다양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 않다. 미시적 대상으로서 특히 ‘성적 욕망’에 대한 사례 분석이 주된 관심사이다. 이러한 시도와 분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프로이트에게 인류가 빚진 부분은 무의식의 영역에 관한 관심이다. 라시니도 프로이트의 리비도를 성적 욕망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욕망의 화학작용부터 욕망의 주변 여건들을 조망하는 데 1차적인 관심을 둔다. 물론 이러한 욕망에게도 적이 있다. 외부요인과 내면의 심리적 요인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통해 그것들을 치유하는 실제 과정들을 보여준다. 모든 사례가 일반화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학술적인 관심이나 대중적인 관심의 접점에 서 있는 유형의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하나의 개념이나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신의 직업이나 연구 업적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책을 내는 것은 일반화 되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아주 오랜 시간을 유교의 전통적 관념과 성에 대한 금기는 지금도 일정 부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혹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합리와 이성으로 처리되지 못한다. 기존의 선입견과 암묵적 억압의 형태로 혹은 일시적인 사태 해결이나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하기 쉽다. 본격적으로 성적 욕망에 대해 관심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시대와 성향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적 욕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조차 한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은 욕망의 크기와 넓이를 짐작하게 한다. 그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일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그 욕망의 대상과 목적이 어디에 있든 그것은 인생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아니, 잠을 자면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욕망의 노예인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해법과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정답은 각자가 가지고 있다는 회피적 대답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욕망이라는 인간 내면의 가장 핵심적 대상에 대해 할 말이 생긴다. 똑바로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나의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욕망을 아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욕망의 크기만큼 가늠하기 어려운 ‘욕망의 힘’이 지닌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책이다.


060409-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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