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다. 글쓰기가 행복하냐고.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일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거나 그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다른 일과 다르게 적성과 취미가 맞아야 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글을 쓰는 능력과 노력까지도 갖추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글을 쓰는 직업은 작가 이외에도 많은 직종이 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 대상과 내용이 결정되면 한결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에 비해서. 하지만 어떤 글이든 쓴다는 행위 자체가 두려움이 아닌 창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다른 직업과는 달리 세상에 유일무이한 나만의 창조물이 남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의 목적과 대상, 내용과 범위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는 책부터 문학적인 글쓰기와 실용적인 글쓰기를 나누어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을 전수하는 책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책들도 주관적인 또 하나의 창작물로 보인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양과 배경지식 태도와 관점에 따라 쓰는 글은 천차만별이다. 사람의 생김만큼 다양한 글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경험에 따라 글을 쓰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독자들이 그런 종류의 책을 읽는 목적도 각기 다르다. 실용적 목적과 배움의 목적에서부터 단순한 호기심과 책을 쓴 사람에 대한 관심까지 책을 읽는 목적만큼 얻어내는 결과도 다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나올 이유가 없다. 결국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비법도 없다. 그냥 쓰면서 스스로 익히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배우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면서 차별화시키고 개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글이다. 그런 자세를 얼마나 진지하게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물론 타고난 재능은 양념이다.

미국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해보지 못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행복할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에게 쓸 능력은 있는지, 무엇을 쓸 것인지, 왜 써야 하는지 하는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될 때까지 글을 쓰지 않고 읽기만 하면 안 된다. 나탈 리가 말하는 방법은 자신의 글쓰기를 극한까지 몰고가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써라’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무조건 써야 한다. 쓰면서 생각하라. 준비가 될 때까지 쓰지 않는다면 쓸 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부딪힌다. 저자가 주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볼 때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더 깊이 고민하게 한다. 전체적인 전략과 신념이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개별 전술보다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짧은 단상들에 제목을 붙혀 놓고 있어서 쉽게 읽히지만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어 실감나고 진지하다. 폭넓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전달이 쉬워야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 책의 비결은 쉬운 표현과 명료한 전달에 있다. 독자들에게 명령형을 사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제각각일 수 있는 글쓰기의 방법을 단정적인 어조로 말하는 것은 정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했다. 그 방법이 거부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담아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소 딱딱하거나 이론적인 내용이 되기 쉬운 글쓰기의 방법론을 이렇게 편안하고 쉬운 말로 써내려갈 수 있는 것도 물론 저자의 능력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학교 현장에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가슴 속에 꿈으로만 묻어둔 어른에게도 좋은 안내서와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주변 사람을 돌아보고 세상을 돌아보고 결국 다시 자신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전문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도 글쓰기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떻게 쓸 것인가는 문제보다 왜 쓰지 않고 버티는가하고 물어보는 편이 빠르다고 나탈리는 충고한다. 쓰면서 생각하고 정리하고 살아가라. 일단 쓰고 있다면 절반은 성공했다. 작가로서 성공이 아니라 인생을 성공하기 위해 글을 쓰라고 충고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물론 그 충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먼저 해야 할 것이다.

0605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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