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안명희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화 이후에 벌어지게 될 현상들에 대해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지금 이순간도 한미 FTA의 영향에 대해서 모두가 입다물고 있다. 몇몇 시민 단체에서 주장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최근의 경기불황과 높은 실업률의 결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 달콤한 장밋빛 미래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한미 FTA 이후 벌어질 후폭풍과 파장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무감각한 것은 아닐까 싶다.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미제국주의에 의한 자본주의의 검은 그림자는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그 혜택과 결과가 모두에게 나눠질 수 있다면 더 없이 달콤하겠지만 캐나다의 경우처럼 서서히 사회복지와 사회 안전망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필연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더구나 우리는 사회 안전망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보다 불안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견해가 아니라, 세계화는 거대 자본에 의한 양극화의 심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상들이 말해준다.

축구를 세계화와 관련지어 살펴보는 일은 아니러니하다. 우울한 세계화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스포츠, 특히 축구의 미래는 더 암울해 보인다. 저널리스트인 프랭클린 포어가 쓴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세계화의 관점에서 축구를 바라본다. 축구라는 경기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축구가 벌어지기 직전과 직후의 이야기들이다. 말하자면 구단의 운영과 자본의 힘들이 어떤 식으로 경기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발로 쓴 책이라는 점이다. 전세계를 돌면서 훌리건에서부터 구단 관계자들까지 직접 취재를 통해 현장감 높은 글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전해 준다. 축구에 관련된 책이라기 보다는 축구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화의 그늘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선수와의 인터뷰나 경기 결과와는 거리가 좀 멀어져 보인다. 한 권의 책이 하나의 목적으로 묶일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지만 이 책이 지닌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세르비아 서포터스의 민족주의를 보여주는 ‘갱스터들의 천국’을 비롯해서 셀틱과 레인저스의 종파 전쟁, 현대 유럽의 유대주의와 반유대주의, 영국의 훌리건과 브라질의 정치부패, 우크라이나 선수들 사이의 인종차별, 이탈리아의 검은 커넥션, 중동에서 축구가 갖는 의미를 적절한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축구를 중심축으로 전개하고 있는 내용들이 본질적으로 경기를 움직이는 제반요소들과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에 또 다른 시선으로 축구를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미국인이 저자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사족처럼 붙어있는 마지막 장이다. 미국은 슈퍼볼의 나라다. 다른 나라와 달리 상류계층의 스포츠로 인식된 축구가 미국의 문화와 충돌하면서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주관적인 아쉬움으로 보여주는 장은 이 책의 티가 된다. 자국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세계화를 논하는 미국인의 목소리를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FC 바로셀로나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앞서 <축구의 역사>나 <축구의 문화사>에서도 살펴 보았으나 프랑코 군사 독재에 맞서 누 캄푸 경기장에 모인 카탈류냐인들의 열정이 전해졌다. 바르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팀에게 소수 민족의 한과 열정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을지 상상이 간다. 유니폼에 상업광고를 거부하는 그들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화와 정신적인 자유를 상징하는 바르샤의 전시장과 축구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은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서 감동을 전해준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축구가 총성과 직접 연결되는 사건들을 살펴보고 그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축구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정권을 창출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축구팬들 각자의 몫이다. 축구 경기에서 승리는 팬들의 기본적인 욕망이고 90분간 선수들이 보여주는 몸짓 하나 하나는 삶의 열정과 분노와 좌절, 환희와 기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 경기를 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온몸으로 즐기기 위해서 축구 이외의 요소에 대해 눈감는 지혜보다 축구 너머에까지 애정과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아는만큼 보이거나 모르는게 약이거나!

어쨌든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축구를 선택했다. 아니 축구도 결국 인류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관점을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4년에 한 번 벌어지는 전세계인의 축제임에 틀림없는 월드컵이 ‘세계화’를 부르짖는 외침으로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실시한 지방의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 했다고 해서 ‘이민’이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축구는 계속 될 것이고 인류의 역사도 계속될 것이므로! 민노당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논리의 비약인 모든 주절거림조차도 더운 날씨 탓으로 돌리면서 시원한 맥주나 한 잔!


06053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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