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e시대의 절대사상 2
김용환 지음 / 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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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더 힘센 자가 없으니 누가 그와 겨루랴!(욥기 41장 24절)”는 말처럼 국가와 교회를 통합하는 강력한 통치자의 출현을 홉스는 <리바이어던> 속에 담아내고 있다. 출판 당시의 표지 그림으로 나타난 리바이어던의 모습은 한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교구장을 들고 있다. 국가의 권력과 교회의 권위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의 권능을 이보다 잘 묘사한 그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현재의 국가는 그처럼 ‘괴물’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과연 국가는 괴물인가?

17세기 초반 유럽의 지성사를 뒤흔들었던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대한 평가와 견해는 다양하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인 것처럼 재해석되기 마련이다. 홉스 전문가 김용환의 견해는 당연히 <리바이어던>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 평가로 넘친다. 대부분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이지만 홉스가 과연 국가 권력에 대한 믿음과 종교적 권위에 대한 두려움을 이 책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국내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없다는 아이러니는 일반 독자들에게 논의 자체를 차단시킨다. 박영사에서 나온 유일한 완역본이 절판되었고,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검색해보니 3월에 나온 책이 있는데 완역본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저자의 말대로 홉스의 사상과 철학적 견해를 전부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시의 종교와 철학의 흐름이 홉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또 홉스는 로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쉽게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홉스의 견해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영향을 주는 까닭은 인간과 국가 그리고 종교에 대한 그의 깊은 사유 방식 때문이다.

김용환은 홉스가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절대군주론자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종래의 왕권신수설에 의한 무소불위의 절대 군주가 아니라 백성과의 계약 관계로 성립되었으며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통치자가 계약 당사자라는 점을 들어 절대군주론에서 ‘유사 민주주의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리바이어던 발췌 부분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유명론, 유물론자라는 사실과 로크와 더불어 자유주의자로서 그의 사상이 시대의 이단아처럼 보였던 것은 과학적 합리주의가 싹트기 이전 시대라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리바이어던>이 왜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현재의 관점으로 상식이 통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와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면면이 그의 생각들에 동의하게 하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무한한 권력으로부터 많은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지 모르나, 통치권이 없기 때문에 오는 결과, 즉 만인에 대한 만인의 끊임없는 투쟁이 훨씬 더 나쁘다.(P. 231)”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끊임없는 투쟁’보다 ‘무한한 권력’이 훨씬 더 나쁜 결과를 보여준 사례를 우리는 수많은 역사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부분적인 인용과 반박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본 홉스의 견해가 모두 수용될 수는 없다. 당연한가? 어떤 사상과 철학이든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홉스가 꿈꾸었던 세상은 “현실적인 힘을 소유한 사실적 통치자(de facto ruler)이자 사회계약을 통해 정통성을 획득한 합법적 지배자(de jure ruler)가 헌정 중단 시기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이가 바로 진정한 리바이어던이다.(P. 154)”는 말처럼 ‘진정한 리바이어던’이 지배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에서 항상 괴물의 모습을 드러냈다. 홉스 이전과 이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상적 정치와 국가를 꿈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상상속에서만 존재한다. 이것은 비극적 현실 인식이 아니라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욕망과 이기심에 대한 인정일 뿐이다.

자유는 외적인 방해(external impediment)가 없음을 의미하며, 방해는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의 일부를 종종 앗아가지만 판단과 이성의 지시에 따라 남겨진 힘의 사용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 P. 112

홉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인간과 국가에 대한 그의 견해의 핵심과 가치는 ‘자유’에 있다고 믿고 싶다. 종교와 국가를 아우를 수 있는 절대 권능의 ‘리바이어던’이 ‘자유’와 상치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모두의 꿈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을 여전히 믿고 싶다. <리바이어던> 완역본을 읽어봐야겠다.


06071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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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바이어던 -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from 다르게 그리고 옳게 2008-01-07 22:55 
    리바이어던 - 김용환 지음/살림 홉스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생각난다...면 ^^ 제대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엉뚱한데...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무한의 리바이어스라는 것이 있다. 거기서 리바이어스가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따왔다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다 보고 나서 느낀 생각은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성서에서는 괴물로 나오지만, 홉스는 그것을 국가권력을 묘사하는데 사용하였다.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