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행위와 사고 방식의 총체적인 이름을 철학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고 인간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행위를 철학이라고 정의해도 좋다. 그 중심에 항상 ‘인간과 사회’가 놓여 있기만 하다면. 우주와 자연의 순환 고리에 대한 의문들도 결국엔 인간의 호기심에 의한 끝없는 탐구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철학은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줄기찬 의문 부호이기도 하다. 어쨌든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궁금한 것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을 가장 어렵고 따분하고 관념적인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학교 교육에서 비롯된다. 내가 중․고교를 거치면서 도덕과 윤리라는 과목을 통해 접했던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표적인 철학자의 주장과 철학사를 연대기적으로 요약 정리해서 암기하는 일이었다. 우리들 삶과의 관계를 묻거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을 외워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다른 과목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철학이 정말 쓸데없는 것이라는 사실만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시간이 이렇게 한참 흘러 이제는 모든 것이 철학으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책들 속에, 수많은 관계 속에, 수많은 시간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대한 고민은 이미 많은 철학자를 거쳐왔다는 사실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에게 철학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어떤 철학자의 어떤 생각이든 ‘현재적 유용성’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렵고 딱딱한 ‘철학’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하며 의미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여러 철학자들의 사유의 핵심을 짚어내는 일은 호기심을 넘어 우리들 사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생각의 폭이 넓고 깊어지면 삶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그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철학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좋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전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문제는 좋은 책과의 만남인데 어렵고 긴 시간들을 감내하며 한 권, 한 권 우리 인류의 고전이 되어버린 책들을 읽어나가는 일을 즐기지 않은 한 용기를 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참고서를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만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참된 벗을 만나는 일처럼 행복한 일이다. 황광우의 <철학 콘서트>는 철학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 것인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철학에 호기심을 느낄 무렵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만한 책이다. 어설픈 요약본으로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한 철학자의 생애와 사상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안일한 욕망을 가진 논술 세대들도 이 책을 통해서라면 철학의 즐거움을 맛볼 만하다. 문학과 철학에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논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다. 출판사들의 상업적 욕망과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불안감이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출판 시장에서 제대로 된 책을 골라내는 혜안을 갖는 것이 더욱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하면 <철학 콘서트>가 갖는 의미는 새로워 보인다.

한 권의 책이나 한 사람의 철학자를 제대로 소화해서 뱉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요약 정리를 넘어 과거와 현재의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은 깊은 사색과 꼼꼼한 책읽기 그리고 오래 축적된 세상에 대한 올곧은 시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히, 마르크스와 노자에 대한 부분은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이다.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될만한 열 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대표적 저서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설은 독자들을 행복하고 편안하지만은 않은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런데도 그의 설명은 쉽고 재미있다. 직설적이고 구어적인 표현들은 가볍게 느껴지기 쉽지만 내용의 흐름과 탄탄한 문장은 그러한 우려가 오히려 장점으로 돋보이게 한다. 제한된 분량과 철학자들의 캐리커처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박 겉핥기식의 풍성한 시식 코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철학과 고전을 위한 에피타이저 정도로 선택한 독자라면 흐믓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한 권의 책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얄팍한 욕망을 가진독자라면 이 책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최근에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순 없지만 고전을 읽는 나같은 우매한 독자에게 좋은 참고가 되듯이 이 책은 고전과 철학의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황지우 시인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특별함을 더할 수는 없지만 그 형제들의 삶이 주는 의미는 또 하나의 작은 ‘철학 콘서트’이다.

인간의 의식이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자신의 의식을 결정한다.(마르크스, ‘정치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중에서 재인용) - 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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