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 - '수학사랑' 박영훈 선생의 수학사 특강
박영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뉴욕에 폭탄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존 매클레인 형사는 5갤런과 3갤런 물통 두 개를 가지고 정확히 4갤런의 물을 담아 테러를 막아야 한다. <다이하드 3>에서 테러리스트가 낸 이 문제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풀었을지 궁금하다. 수학은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차분하게 고민하는 해결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학은 우리에게 어렵고 지겹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과목일 뿐이다. 즐기지 못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선입견은 많은 학생들에게 집합과 명제를 넘어서지 못하게 한다.

 

눈을 뜨고 시계를 보면서 시작되는 현대인의 하루는 철저하게 수의 세계 안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나 시험에서 벗어나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학에 접근한다면 우리는 수학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은 현실에서 적용할 수 없는 문제 풀이 위주의 추상화된 세계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지적 호기심도 자극하지 못하고 현실적 유용성도 없는 분야로 수학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시험과 점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덜어내고 수학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논리적이고 명쾌한 수의 세계에 매료되면 그 어떤 분야보다도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분야가 수학이다. 강석진은 <수학의 유혹>을 통해 이러한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유혹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의 수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도 있지만 수학에 미친 강석진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보여주기에 충분할 만큼 재미있고 유쾌하다. 가장 실용적인 학문임에도 가장 추상적인 내용의 문제 풀이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이 책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수학이 왜 재미있는 학문인지 알려준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이론적인 해설서와 수학공부 비법이 오히려 아이들과 수학을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점수가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의 중요성을 스스로 체득하는 데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책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내용들을 설명하면서도 수학적 원리와 문제 해결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는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축구공의 표면을 덮고 있는 정다면체의 비밀을 수학으로 설명하면서 우리가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일수록 수학의 숨결과 신비가 숨어 있다고 말하는 강석진은 수학이 우리 생활을 더욱더 풍부하고 깊이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믿음을 준다.

 

이렇게 즐겁고 편안하게 실제 생활에서의 유용성과 재미를 통해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면 수학의 기원을 더듬어 볼 차례다. 박영훈의 <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를 따라가면 또 다른 수학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오로지 공식을 외우고 수많은 기호를 통해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수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수학의 기원을 살펴보자. ‘우리의 삶에는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등장한다. 수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며, 수학이라는 학문은 인류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문화유산’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수학에 접근하는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우리의 인생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수학이라고 말하는 강석진의 말이나 문제해결의 도구라고 말하는 박영훈의 이야기는 기능적 수학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으로서 수학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이 수학자들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논리적인 사고와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철학자들을 자연스럽게 수학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최초의 수학자 탈레스부터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물론이고 유클리드까지 다양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수학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을 찾아 수학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1부터 9까지 숫자 중에 하나를 떠올려 보자. 그 숫자에 9를 곱하고 두 자리 수가 나오면 각각의 숫자를 더한다. 그 수에서 5를 빼고 제곱을 한 다음 2를 더하면 당신이 어떤 숫자를 떠올렸든지 오늘 날짜인 ‘18’이 된다. 마술 같은 수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수학을 만나게 된다. 중세 문학을 전공한 앤 루니의 <수학 오디세이>는 단순히 수학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거나 수학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이 발생한 배경과 역사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인류 역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 수학은 시대에 따라 그 발달 속도를 달리한다. 기원전 400년께 고대 그리스인들의 관심에서 비롯되어 2000년 전 나일강의 삼각주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사이의 평지 사이에서 단순한 셈 이상의 수학적 활동이 시작되었다. 앤 루니는 수학의 시작인 ‘숫자’에서 시작해서 수열, 기하학, 삼각법, 대수학과 방정식은 물론이고 미적분과 통계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전 영역의 기원과 발생 과정을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로 풀어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한다. 문제해결 과정은 뛰어난 상상력과 추론 능력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학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려면 공식과 계산에 얽매이지 말고 실제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방식은 세상을 살아가는 매우 중요한 삶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120618-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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