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 여성 이야기 - 성차별 깨뜨리기 일곱 마당, 개정판 우리 청소년 교양 나ⓔ太 2
우리교육 출판부 엮음, 김혜연 그림 / 우리교육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라서 행복해요가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 말은 그저 유혹적인 광고 카피에 불과하다. 이 기만적인 카피는 주방 가전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여자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예쁘고 성능 좋은 냉장고를 살 수 있는 여자가 행복하다는 이 광고에는 우리 사회가 여성을 보는 왜곡된 시선이 숨어있다.  

 

할머니, 어머니, 누나, 여동생, 딸에 이르기까지 가족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대법관 후보 12명 중에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객관적인 공정성이 전제된 각종 시험이 아니면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전히 히잡을 쓰는 중동의 여인, 할례의식을 하는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 등은 문화의 다양성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생물학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에서 성역할을 다루는 젠더(gender)의 개념을 통해 여성학은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았다.  

 

정치와 경제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여성들이 있지만 유럽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사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출산율 저하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래 사회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먼저 여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은 삶의 주체로 홀로 선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역할을 벗어나 남성과 능력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현실은 과거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깨뜨리고 있다. 공정한 경쟁에서 남녀의 능력은 차이가 없다. 차별은 차이와 다르다. 여성이 남성과 다르지만 그것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말한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상의 절반, 여성 이야기는 성차별을 깨뜨리기 위한 즐거운 놀이마당이다.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례중심으로 풀어낸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인가를 진지하게 살펴본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성차별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책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여성이 길들여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생들의 발랄한 문제의식과 다양한 사회 현상들에 대한 고민이 즐겁게 펼쳐진다. 문학이나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모습은 어떠하며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여학생들이 직접 쓴 꽁트 여자는 왜?’, 마당극 다 함께 웃는 명절그리고 다시 쓰는 신데렐라는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 준다.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경쾌하게 지적하고 즐겁고 긍정적인 태도로 바꾸려는 노력은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의식중에 했던 말과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에 비해 권인숙 선생님의 양성 평등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여성 문제에 접근한다. ‘평등의 방법과 태도는 다양하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자다움여자다움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머니의 희생을 미화하고 강요했던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이어트와 외모지상주의 문제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꼼꼼하게 짚어본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여성의 특성은 물론이고 남성과의 불평등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볼 것이 아니라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 대등하고 당당한 여성의 삶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주는 책이다. 

 

나임윤경은 여자의 탄생을 통해 여자의 일생을 살펴본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성은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차별을 받는다. 작가는 여자의 생애 전체를 자신의 경험과 여성학 이론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여성으로 길러지는 과정의 문제점, 학교에서 남학생과의 강요된 차이, 사춘기에 느껴야 하는 정체성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랑을 할 때도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빠지는 이유와 데이트 비용의 불평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돈을 벌고 결혼하는 과정, 아줌마가 되어 받아야 하는 편견어린 시선에 대해 점검해 보자. 이 책은 여자로 태어나 철저하게 여자로 길러지고 여자로 살아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녹여내고 있기 때문에 친근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여성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대안까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남자든 여자든 어느 한쪽의 성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사회,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시선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도 불행하게 한다. ‘더불어 함께사는 지혜는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점에서 평등한 관계를 이루는 데 있다. 젠더(gender)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20611-061~0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