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시민 즐거운 정치 - 청소년을 위한 정치 교과서 책세상 루트 5
이남석 지음 / 책세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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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카고에서 존경받는 로마 카톨릭 대주교가 피살되고 19살의 소년 용의자 애런 스탬플러(에드워드 노튼)는 현장에서 도망치다 붙잡힌다. 이 사건을 TV로 본 변호사 마틴 베일(리차드 기어)은 교도소로 찾아가 무보수로 변호할 것을 제의한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1996>는 수많은 법정 영화 가운데 극적 반전이 압권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탁월했던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진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이 충돌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과 정의를 외치며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세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 현실은 우리 생각보다 복잡하며 정치는 외면할 수 없는 내 생활의 출발이다.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해 온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는 도대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정치 제도 안에서 각종 제도와 법률에 따라 사람들은 기본적인 공동체의 규범을 내면화한다. 학교를 예로 들면, 청소년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합의해서 정해 놓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질서를 학교 규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정치 제도와 법을 이해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상식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기본 질서가 되어야 한다.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과 달리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자.  

 

민주주의라는 말은 권력이 시민에게 있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당시의 시민은 어느 정도 재산을 소유한 소수의 성인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수 천년동안 인류를 지배해온 최선의 정치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했으나 민주주의는 근대 이후 대부분의 국가 정치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제도로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회 경제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경제적 불평등의 확산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되었다.  

 

제임스 랙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질문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는 인간 삶의 일반적인 경향, 즉 개선과 진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며 자연의 기본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저자의 말은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경제적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정치적 민주주의도 버티기 힘들게 된다.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민주적인 질서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인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임스 랙서는 이 과정들을 알기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핵심적인 문제를 짚어내며 대안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경제제도인 자본주의의 발달은 정치제도인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세계화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선 신자유주의가 소수 특권층의 부와 권력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동력이 아래부터 시작된다는 사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발전과 변화 과정 그리고 경제 상황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면 눈을 우리 현실로 돌려보자. 이남석은 참여하는 시민 즐거운 정치라는 청소년을 위한 정치 교과서를 통해 정치는 뉴스에만 나오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집단으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잘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위해서는 경제적 의미에서 그리고 정치적 의미에서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행간에 숨겨 두고 있다. 권리와 의무 그리고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덕목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통해 민주주의에서 참여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뺨을 맞아도 훈수를 둬야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비유는 간섭하고 개입하는 시민 키비처Kibitzer’를 통해 민주 시민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정치, 경제적 삶의 테두리는 법이 규정하고 있다. 금태섭의 디케의 눈은 정의의 여신이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법의 공정함과 평등함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법의 역할과 의미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서 저자는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진실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의 문제부터 사회적 정의(正義)가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는 법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법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법을 감시하고 법집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민주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무관심은 부작위적(不作爲的) 죄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와 같다. 내가 참여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내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제도와 규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와 법은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놓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손 내밀어야 하지 않겠는가.  

 

120521-0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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