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교실 밖 세상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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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애벌레는 사방으로부터 밀리고 채이고 밟히고 했습니다. 밟고 올라서느냐 밟혀 짓눌리느냐입니다. 그는 밟고 올라섰습니다.’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의 한 구절이다. ‘는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 청소년들이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좀 더 확장된 개념인 우리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가 바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 학교 담장 밖에 호기심이 생길 무렵, 청소년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기심은커녕 집과 학교 사이만을 오가며 그림속의 애벌레처럼 밀리고 채이면서 밟고 올라서는 법만 가르치는 것이 현실은 아닌가 생각해 보자.

 

자연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과 달리 사회과학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인 사회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말하자면 나는 왜 학원에 다니는가?’, ‘우리는 왜 아이돌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러한 사회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생각해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는 과정이 사회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사회라는 커다란 조직과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나와 너를 넘어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개미를 객관적으로 관찰한 뒤에 흥미진진한 소설 개미를 썼다.

이렇게 외부자의 시선으로 한 사회를 관찰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 자신이 속한 사회를 살펴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한 줄로 서서 앞으로 나란히를 배운다. 한 줄로 서서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통제와 규율에 익숙해지면서 하지 말아야할 것부터 배우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의무보다 앞서는 것이 권리가 아닐까. 시민교육센터 공동대표이자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 이한이 쓴 너의 의무를 묻는다는 역설적으로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주어지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정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자는 책이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인간의 존엄성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짜 의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나 강제성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무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은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는 당연한 주장에서 시작해서 정의에 대한 이론과 시민 불복종에 대한 기준 등 공동체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마땅한 의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전체 7장에 걸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 이 책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사회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사회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 묻고 있다.

 

구정화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는 잘 정리된 사회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회학에 대한 개념과 이론들을 알기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각 장 뒤에 사회학 개념들을 정리해 놓고 있어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딱딱하게 이론 중심으로 설명해 놓은 교과서의 한계를 벗어나서 실제 사회현상이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생활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사회학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학에 대한 이론과 개념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선택을 할 때 그것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현상의 하나로 의미를 갖게 된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이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고 우리의 선택과 행위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너의 관계를 넘어 사회 구조와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에 간다고 해서 저절로 사회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내용이 세상의 진실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김윤태의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회과학적 태도를 길러준다. ‘사회과학은 언제나 당대의 현실을 분석하고 인간 행동의 원인과 유형을 탐구하려고 시도해 왔다.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려는 열정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여기의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회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일반인들은 거시적인 안목과 사회 현상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심각한 사회 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살피고 대안을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할 지식이며 우리 삶의 현실을 읽는 눈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다.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담장 밖의 일들이 바로 나의 현실이 된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할 때다. 나와 너에 대한 관심을 넘어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을 가져야 한다.  

 

     

12051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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