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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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에고 트릭ego tric』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아관 및 세계관에 배치되는 사실과 사건을 기억하지 않고, 무시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보통은 그렇게 하려는 의식적 노력이나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기억과 자아’의 관계를 말하는 부분인데 결국 개인의 정체성은 선택적 기억으로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한 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심지어 기억을 비틀고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하는 역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오류가 숨어 있다. 그것은 의도된 왜곡일 수도 있고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의 역사는 선택적 기억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없다.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는 것이 역사라고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사에 대한 객관적 사실(fact)을 확인하고 그 뒤에 숨은 진실(truth)을 판단하는 일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특히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청소년은 한국사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결과를 꼼꼼하게 살피고 그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이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따라서 특정 사관이나 정치적 이념에 치우친 역사를 주의해야 한다. 어떤 사건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주관적 판단이지만 역사를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비판적인 관점을 갖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손쉬운 방법으로, 단 한 권으로 끝내는 비법은 없다. 한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흥미 위주의 내용을 왜곡, 과장하는 교양서를 잘 선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천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관에 따라 그리고 권력자의 관점에 따라 역사는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역사는 임금과 지배집단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온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민중들의 삶 자체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했던 말과 추진했던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1~22』는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2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되어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형식의 역사이다.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적용하지도 않았으며 특정 계층의 사관을 반영하지도 않았다. 현실의 문제를 더불어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라서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값진 책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이 땅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한민족의 역사가 풍요롭고 다채롭게 펼쳐져 있는 이 책은 40년이 넘도록 한국 역사 연구에 매달려온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빙하기와 지구의 형성 그리고 한반도의 지형 등 자연사로 시작해서 인류의 발생과 종의 기원을 다루는 것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시작한다. 고대국가의 기초를 만든 조선에서 시작하여 삼국과 고려 그리고 조선은 물론 일제 식민지 시기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민족사, 생활사, 민중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료 사진이 삽입되어 있고 문장이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편타당한 가치관으로 세계인과 더불어 새로운 인류문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한국사를 보여주는 책이다.

 

“문익점은 정말 붓두껍 속에 목화씨를 숨겨왔을까? 행주산성에서 행주치마를 사용했을까? ‘현모양처’는 전통적인 여인상일까? 베트남 파병은 미국의 요구 때문이었을까?” 가장 익숙한 곳에 오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 중에는 생각보다 많은 오류가 숨어 있다. 박은봉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는 이러한 ‘상식’을 바로 잡아주는 책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국사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오류를 수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점검하고 또 다른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필요에 따라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올바른 역사인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사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항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여성’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여전히 여성은 역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세계관이 지배하기 이전에도 물리적인 힘의 논리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역사에서 다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신명호의 『조선왕비실록』은 의미 있게 읽히는 책이다. 철저하게 왕조사 중심인 대부분의 역사서에 비해 이 책은 숨겨진 절반의 역사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조선왕조 오백년간 정치, 문화적으로 특별했던 7명의 왕비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한 나라의 국모가 되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왕비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한국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 소설이나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나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과 오류가 생기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오류를 바로 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학교에서 배우고 주변에서도 늘 접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사에 대한 우리들의 지식과 상식은 많이 부족하다. 한국사에 대한 작은 관심과 이해가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디딤돌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국사는 바로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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