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체험판)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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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프렌차이즈 업체와 자영업자 사이의 계약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인테리어 변경 기간과 비용 등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업체의 배불리기 수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연 몰라서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았을까.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 모든 것은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거 이틀 전에야 손을 대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상식과 자주 부딪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 선악의 가치 판단 기준도 다를 뿐 아니라 태도와 방법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래서 서로 알고 있는 상식도 다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실수를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거나 너도 마찬가지라는 물타기 전법을 쓰는 정치인은 어떤가. 권리만 주장하고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태도는 금방 벽에 부딪친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뒤에서 욕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고 소문으로 승부를 내기도 한다. 입으로 죄은 죄는 입으로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정치에는 상식도 이념도 국민도 없다. 오로지 후보자의 당선만 있을 뿐이다. 선거가 생활을 바꾸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말은 글자 그대로 이론으로만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운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강고하다. 자신의 계급에 맞지 않는 투표 행위를 어떻게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숱한 철학자와 사상가들 그리고 사회학자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적 모순을 지적하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성향은 고스란히 선거에 반영되고 현실 정치와 경제에 반영되며 우리들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 부모의 영향, 학교 교육, 개인적 성향, 집단의 이익, 인간 관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생각의 좌표는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며 어떤 경제적 모델을 꿈꾸는가. 지금 우리들의 삶은 어떠하며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모든 고민의 바탕에는 자본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기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본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끝없는 질문의 끝자락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만난 것이 2005년이다. 7년 만에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복지논쟁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서울 시장을 갈아치웠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11년에 나온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08년의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 했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권력과 진보적 비판세력은 실질적인 주도권 싸움에 열을 올리며 이념 대립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사회의 아니 대한민국의 문제는 경제다.

 

2006국가의 역할, 2007나쁜 사마리안인들을 잇달아 내 놓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은 좌파로 규정되며 그의 책은 국방부 금서로 지정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쪽에서 박정희 시대의 국가 통제 자본주의와 재벌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 는 없겠지만 경제가 이념으로 해결 가능한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복지 논쟁은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곧바로 우리 삶에 직결되는 이 문제들을 우리는 외면하면서 살아갈 수 없고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이종태 기자의 사회로 장하준과 정승일 두 사람이 대담을 나누고 정리한 책이다. 전작인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왔다. 우리가 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시작되는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진보의 착각에서부터 현정부의 문제점까지 신랄하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민다. 10, 20년을 내다보고 99%가 나서야 할 상황이라는 말은 뼈아픈 우리의 현실을 말해준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끝없이 되살아나는 박정희식 경제 체제의 장단점, 재벌 개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FTA의 실체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래의 화두인 복지에 대한 관점과 의미 그리고 실천방법을 조명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두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결국 실천의 문제로 남는다. 19대 총선이 치러지는 날이지만 선거 결과가 우리들 삶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은 자신의 수준의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뼈아픈 현실을 겪으면서도 실감나지 않는 모양이다. 경제를 발전시켰듯이 복지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하준과 정승일의 이야기는 사실일까. 정체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소수가 아닌 다수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 소수는 다수와 함께 행복해질 마음이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함부로 쏟아내는 말들이 얼마나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현실을 관찰하고 조금씩이라도 행동이 변해야 산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희망으로 반짝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1표인 정치적 민주주의와 11표인 경제적 자본주의의 관계는 늘 팽팽한 긴장과 대립 속에 있는 만큼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반드시 통제된 시장, 통제된 자본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시장을, 특히 금융 시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심각한 빈부 격차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러한 과제에 실패한다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로 전락해 형식만 남게 되고, 국민의 삶은 실질적으로 시장과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는 진보적 자유주의였음을 자부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치하에서 절실하게 체험했던 바이다. - 422

 

1204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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