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네 대화 편 -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3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엮어 옮김 / 서광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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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은 일차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각은 촉각이나 후각과 달리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한 시간만 눈을 가리고 생활해 보자. 코나 귀, 입을 막고 생활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은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사물의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볼 수 없고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철학도 이와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현상대신 숨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위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관점에 따라 다른 동물로 보인다. 이 그림은 20세기의 가장 명민했던 분석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이 그린 오리-토끼그림이다. 어떤 동물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의 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들의 생각도 이렇게 단순하고 일방적일 때가 많다. 굳어버린 생각, 편향된 시각은 경주마처럼 우리들의 시야를 점점 좁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이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저절로 행복하게 살아지는 것일까.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넓고 깊은 통찰력과 다양한 관점이다.

서양철학의 기원이 되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2,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해 법을 지키고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를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그의 제자 플라톤에 의해 전해질 뿐이다. 이렇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를 우리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박홍규의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는 소크라테스를 전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본다. 소크라테스는 과연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는 아테네의 시민들과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죽음에 직면한 소크라테스는 왜 탈옥을 거부했는가. 이 책은 수천 년간 소크라테스의 철학만큼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의 죽음에 관한 새로운 성찰이다.

박홍규의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먼저 읽어야 한다. 원전을 해석한 플라톤의 네 대화편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박종현 역주, 서광사, 2003)은 분량이 많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종훈이 편역한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이 좋다. 이 책은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만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요약해 준다. 플라톤의 네 대화편을 모두 읽는 것이 좋지만 원전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에게 입문서로 적당한 분량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1소크라테스의 변론1, 2차 변론과 최후 진술을 모두 담고 있으며 2크리톤은 크리톤이 면회와 탈옥을 권유하는 내용과 소크라테스가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는 내용 그리고 아테네 법률의 논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제자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대화형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당시의 재판과정과 소크라테스의 논리만을 담고 있다. 마치 동전의 한 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박홍규는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에서 민주주의 사회였던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언행을 한 소크라테스의 반민주적 행위는 응당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언행을 플라톤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과 호메로스, 소포클레스의 저작 그리고 민주주의에 관한 투키디데스의 전쟁사, 헤로도토스의 역사등 충실한 자료 분석을 통해 독자들을 설득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평가한다. 소크라테스 재판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재판 제도와 방식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그리스 민주주의가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소크라테스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의 의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오리일 수도 있고 토끼일 수도 있는 그림처럼 소크라테스 역시 위대한 철학자일 수도 있지만 궤변론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과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오가와 히토시는 철학의 교실을 통해 열 네 명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하이데거와 헤겔, 칸트를 비롯해서 마르크스, 사르트르, 니체에 이르기까지 주로 현대 철학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철학교실에는 고등학생과 직장인, 주부까지 모여 수업을 듣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자신의 핵심적인 철학 사상을 알기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이해하기 쉽고 요점 정리까지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어려운 철학 개념과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인간과 삶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2009년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여러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철거민의 입장, 경찰의 입장, 국민의 입장,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그 죽음에 대한 원인도 책임도 제각각 다르게 말한다. 2,500여년 전 소크라테스의 죽음처럼 말이다. 하나의 사물,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주장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그런 일이 또 없는지 잘 살펴보자.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생각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생각의 힘을 기르면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타인과 세상을 살펴보자.

 

120312-02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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