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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습니다 - 나를 탐험하는 방법 ㅣ 청소년을 위한 세상읽기 프로젝트 Why Not? 6
마르틴 라퐁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신성림 옮김 / 개마고원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를 앞세운 책들은 독자들에게 주목을 끌기 쉽다. 막연하게 청소년이 아니라 열일곱이나 스물 혹은 서른이나 마흔을 내세운 책들은 보다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여기 바로 나의 문제를 진단하거나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특정한 시기에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현재가 중요하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든 미래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미친 영향과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는 뜻이다.
철학은 말할 필요도 없다. 철학자들의 먼지 묻은 책상 위에 놓인 책도 좋고 대중적인 철학서도 좋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운 개념서를 일반인들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모임이나 각종 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며 강의를 듣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중적인 철학서를 뒤적인다. 내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책,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책, 내 앎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책…….
한겨레신문 다음 주제가 철학이다. 분야별로 네댓 개 주제를 정해 글을 쓰다 보니 따로 또 같이 묶일 수 있는 주제의 책들을 찾고 읽기가 쉽지 않다. 유사성과 차별성을 통해 책의 특징을 드러내고 주제를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책들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과 비어있는 공간들을 메울 수 있는 책들을 선별해서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요즘은 열심히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어울릴 만한 철학서를 추리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책 몇 권을 정리한다. 마르틴 라퐁의 『나를 찾습니다』, 김성우의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안광복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이 그것이다.
초, 중학생 정도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나를 찾습니다』는 재미있는 그림이 곁들여져 쉽게 읽힌다. 짧은 분량과 친근한 그림으로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내용은 그렇게 쉽게 풀어내지 못한 단점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자기를 아는 방법, 알 권리 등 3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소크라테스, 몽테뉴 등 철학자들의 개념과 이론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쉽고 단순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책이다. ‘why not?’ 시리즈 중 여섯 번째로 나온 이 책은 철학의 시작인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고 삶의 출발이다. 나이, 성별, 고향, 학교, 직업, 재산, 지역이 나를 말해줄까. 나는 누구일까. 하루에도 수없이 타인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울 질문일까. 당신은 누구인가. 자신에 대해 말해보라. 어쩌면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고민이 철학의 시작은 아닐까.
그에 비해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는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사르트르와 푸코, 니체와 하이데거, 베버와 헤겔, 마르크스와 롤스가 런닝 파트너로 달린다. 김성우는 각 철학자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상적 토대를 설명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며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두 명의 철학자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이해하는 방법은 어떤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하지만 그만큼 유용하다. 인류의 오래된 지혜를 전해주는 철학의 고전들을 대신 읽어주는 이 책은 철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내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광복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열다섯 개의 주제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딪치는 고민과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을 떠올려 보면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주체적 생각과 비판적 판단능력이 없이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라캉의 말대로 남이 가진 것이나 부러워하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철학자를 몰라도 좋고 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좋다. 문제는 삶의 목적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만의 철학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만큼 복잡한 세상이다. 김훈은 ‘신념’이 강한 자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념’이 아니라 ‘의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 세상에 대한 의문들에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삶은 아닐까. 가볍지만 꾸준히 ‘생각’도 연습이 필요하다. 철학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늘 우리와 함께 있다. 손 내밀고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120221-015~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