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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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다

1. 어떤 일이나 대상 따위가 가까이 다다르다.
2.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앞에 나타나거나 눈에 띄다.

사전적 의미와 달리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여러 말 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닥치다. 일상생활에서 비속어로 사용되는 이 말이 주요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1, 2위에 오른 책의 제목으로 등장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리고 『닥치고 정치』는 시대를 반영한다. 이 책들이 시간을 견디고 고전으로 남을 것인가의 문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책들에 열광하는지가 문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스스로 출연을 자청할 만큼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게 된 ‘나는 꼼수다’를 들어보면 이 책이 왜 시대적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는지 알게 된다. 삶이 팍팍해지고 희망은 사라지고 스트레스는 많아지는 이유를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사실일까.

정치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치 혐오증을 가지고 있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민주적 질서와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정치’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는 곧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다.

서울시장 재보선 때문에 SNS는 뜨겁다. 방송과 신문이 독점하던 현장성과 신속성, 정보의 정확성은 이미 그 본질적 권력을 인터넷과 SNS에게 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중동이 전해주는 기사에만 고개를 끄덕이는 바보도 없고 극단적인 이념대결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정치는 그 변화 속도가 감지되지 않는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걸까

김어준과 지승호

『닥치고 정치』와 ‘나는 꼼수다’은 김어준이 있기에 가능하다. 「딴지일보」에 들어가기 위해 마우스로 똥침을 해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어준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가리고 덧붙이지 않고 날것 그대로, 솔직하고 경쾌한 김어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나라에 왜 정상적인 우익이 없는지 좌파의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의 말이 길이요 빛이요 진리라는 말은 아니다. 정치적 당파성을 띠지 않고 기계적 중립을 표방하지도 않는다. 예의를 갖추거나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말끝마다 ‘씨바’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이, 모든 언론에서 철저하게 외면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시작된 대선과 정치와 무관하게 살수 없다는 사실은 닥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선거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좌우의 이념 문제도 아니다. 정치는 생활이고 삶이며 미래이다. 상식과 합리, 이성과 논리, 자유와 평등, 나눔과 배려...듣기 좋고 이상적인 가치를 외치는 헛된 구호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된 세상을 말하고 있는 김어준의 이야기는 점점 더 큰 울림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가장 신뢰할 만한 인터뷰어 지승호와의 만남은 반말로 낄낄거리는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도하며 시원하고 통쾌하게 묵은 체증을 씻어준다. 수없이 등장하는 현실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대한민국과 사람에 대한 주장도 모두 철저하게 개인적인 김어준의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김어준은 김어준이다. 점점 더 깊어가는 내공과 ‘나는 꼼수다’에 대한 자신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은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김어준은 강력하게 외칠 것 같다. 정치는 사람이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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