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발명 - 지식 편집자를 위한 12가지 생각도구 아로리총서 20
정상우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주류와 변방, 메이저와 마이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해와 관찰 그 자체이다. 이미 존재하는 그 흐름의 힘과 방향 속에 미래는 내장되어 있다. 트렌드란 바로 독자의 재재된 혹은 잠복해 있던 욕망에서 비롯된다. - 99쪽

기억의 한계

사진과 동영상조차도 대상을 포착하는 시간의 조명과 앵글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물며 인간의 기억은 어디 비유할 만한 데도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억을 통해 울고 웃으며 사랑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기억의 한계에 부딪친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기억하는 장면이 다르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책을 이해하고 내면화한다.

그 때 필요한 것이 밑줄과 메모다. 한 번 흘러가 버린 페이지는 돌아오지 않고 머리 속에 가물거리는 내용은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손에 펜이 들려 있지 않거나 밑줄 칠 수 없는 상황이면 더욱 당황스럽다. 페이지를 외워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눌러 보기도 하고 끝부분을 접어보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잊을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 ‘공감’의 영역이 큰 책일수록 읽는 속도가 더디고 밑줄은 많아진다. 책 두께와 상관없이 그렇게 된다.

편집자

영화나 드라마와 나오는 편집자와 실제 편집자는 어떻게 다른가. 내가 만났던 많은 편집자들은 출판사의 성격, 만들어왔던 책의 내용, 지향하는 삶의 방향, 편집자가 되기 전까지 생활, 현재하고 있는 업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고집스럽고 꼼꼼한 자세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송곳처럼 파내려가는 A, 주변 상황이나 방향을 감지하고 사람을 잘 상대하는 B, 묵묵히 한 길을 걸었지만 차별화되지 않는 C......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편집자도 분명 생활인이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프리랜서도 있고 1인 출판사도 존재하지만 편집자는 책에 미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직종 중의 하나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과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정상우의 『편집의 발명』은 ‘편집자’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와 유사한 판형과 두께를 가진 ‘아로리총서’의 소통과 글쓰기 중 한 권의 나온 책이다. 문고판의 책들은 선명한 주제와 에둘러가지 않은 직설적인 힘이 장점이다. 할말 안할말을 가릴 줄 알고 핵심과 변방을 구별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책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지식 편집자를 위한 12가지 생각도구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보통 10년 쯤 지나면 나름 전문가가 된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 균질하게 흐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똑같이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은가. 공부도 일도 마찬가지다. 교정, 교열의 대가가 되기 위해 편집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한 편집자도 필요 없다. 그렇다면 편집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편집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끝없이 찾아야 하는 대답일 것이다. 각자 다른 답을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가진 ‘연장’은 어느 정도 통일성도 있고 호환성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살아남는 자와 죽는 자,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구별되고 시간을 견디는 자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저자는 다음 12가지 도구를 제안하며 그것을 내용, 시장, 마음가짐이라는 세 단계의 설계라고 명명한다. 12가지 연장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편집자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책은 단순히 종이 뭉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처럼 탄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의 고뇌뿐만 아니라 편집자의 영혼이 함께 만들어낸 유기체가 바로 책이다. 그래서 책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책 같지도 않은 책을 보면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편집자가 아니라 바로 책과 나를 이해하기 위한 생각 도구들이다. 책을 통해 천천히 음미해 보자.


- 모듈 : 종이로 생각하기

- 플로우 : 몰입의 세계

- 스타일 ; 작가의 지문

- 스토리 : 어느 이야기꾼의 이야기

- 장르 : 타인의 취향

- 포지셔닝 : 인식의 재구성

- 트렌드 : 예측의 기술

- 사이클 : 편집자의 사계절

- 콘셉트 : 기획에 필요한 5가지 눈

- 브랜드 : 출판사의 지문

- 놀이 : 열정의 작동 버튼

- 마스터 : 혁신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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