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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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공시적 관점으로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조망할 수 있다. 통시적 관점에서 현재적 유용성을 들 수 있다. 모든 책은 고전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과장된 말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면 인류의 사유방식과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문제는 이미 먼지 묻은 책 속에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삼갈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기존 지식에 대한 믿음이다. 보편타당한 이론이나 절대불변의 진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상식이라고 믿었던 모든 일들이 일순간 무너지기도 하고 가치와 사유방식의 혼란이 오기도 하며 삶의 목표와 의지가 흔들리기도 한다. 고전은 우리에게 시간을 견뎌낸 힘을 보여준다. 그것이 고전이 된 이유이며 여전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강상구의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손자병법’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해석을 보탠 책이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경험한 세상에 나름의 해석일 수도 있다. 모은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옛 성현의 말씀처럼 책은 한 사람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할 수도 있고 그저 세련되게 정리된 지식의 창고일 수도 있다. 저자의 생각과 나의 경험 책의 내용에 대한 해석과 소통이 이루어질 때 그 책은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된다.

‘손자병법’은 3,000년의 세월을 견딘 책이다. 군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세상을 통치하기 위한 ‘군주’를 위한 책이라면 ‘손자병법’은 싸움의 비술을 전하는 책이다. 가장 치졸하고 비열한 방법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지혜를 빌릴만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원전의 전체 내용이 전쟁을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군사학 교범과 다른 이유는 공시적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려 보자. 일대일로 맞짱 뜨고 다음 선수를 기다려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수많은 상대‘들’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것은 적과 싸워 이기면 되는 전쟁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안아야 하는 시대를 말한다. 죽여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런 후에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연속이다. 당대의 역사적 상황은 이 책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공존과 상생. 이 책이 전하는 지혜를 현재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까. 병법서에서 공존과 상생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아둔함일 수도 있으나 싸움이 아니라 전쟁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라 통치에 있기 때문이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전쟁이라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최선이다.

1장 시계始計부터 13장 용간用間에 이르기까지 원전을 소개하고 저자가 해설하는 방식의 책이다. 해설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손자병법’을 설명하기 위해 ‘삼국사기’를 예화로 활용한다.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삼국사기’ 못지않게 많이 인용된다. 전쟁다운(?) 전쟁을 해보지 않은 우리의 역사에서 병법의 예화로 쓸 만한 내용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삼국사기와 난중일기를 넘나들고 단편적인 전쟁 상황들이 나열되어 일목요연하거나 하나의 맥락을 잡으면서 읽기는 힘든 책이다. 앞에 언급했듯이 당대의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현실의 접목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장별로 단편적으로 끊어 읽기 좋을 수도 있다. 책은 언제나 저자의 가르침이 아니라 독자와의 대화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책을 읽는 방법 또한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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