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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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더구나 문화유산 답사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연휴와 방학이면 해외여행이 붐을 이룬다. 좁은 한반도 그것도 반토막 난 남쪽의 반도에 뭐 볼 것이 있겠느냐는 선입견과 과시적인 해외여행에 대한 욕망은 아닌지.

우리 땅 곳곳에 가보지 못한 곳은 얼마나 많은가. 작은 산, 조그마한 산사를 둘러보는 데도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국도를 지나면서 작은 중소도시 읍내까지 점령해버린 〇〇아파트와 〇〇빌라들을 보면 깊은 한숨부터 나온다. 마을마다 특색을 살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모습은 각 지자체의 특색이 될텐데 그런 모습으로 마을과 도시를 발전시키고 있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 조금 더 시골이다 싶으면 활기가 없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 조용한 노인들이 마지막 생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숨어 있다.

인문학서적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문화유산답사기』가 어느덧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부제로 6권을 펴냈다. 이제 시즌2로 접어든 답사 시리즈는 농익은 과일처럼 편안하고 아름답다. 그것은 몇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이다. 그 애정은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둘째는 인문학적 토대와 정확한 역사적 지식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다. 셋째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문장이다. 현장 답사보다 먼저 텍스트로 문화를 만나는 독자들은 저자의 글솜씨에 금세 마음 한구석의 담장을 허물고 여행 가방을 챙기게 된다.

유홍준은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된지 오래다. 소탈한 성격과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할 때 몇 가지 구설에 오르긴 했으나 그것은 공직자로서의 흠결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로 볼 수 있는 것들에 불과했다. 어찌됐든 견고한 공직 시스템 안에서 일을 추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혔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속도와 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삼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이것을 증거하는 뼈아픈 교훈이 되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급격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색과 성장을 결합하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강을 보존하지 않고 개발하는데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켜야할 것과 사라져야 할 것을 구분조차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생떽쥐뻬리) - 120쪽

이 책은 경복궁으로 시작한다. 오랜 기간에 거쳐 중건한 경복궁의 면모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일은 얼마나 색다른 감회인지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봄 문예반 시절 토요일 오후에 향원정에서 만났던 그리메 회원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추억은 서로 다르게 기억되고 공간은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순천 선암사, 거창과 합천, 부산과 논산과 보령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저자의 삶과 인생은 물론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이해를 돕는 풍부한 사진과 적절한 설명은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다.

이 책의 부제인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바로 저자 자신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아닐까 싶다.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상수에게 듣는 우리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재밌고 구수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우리 것의 맛과 멋을 담백하게 전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또 기다리게 된다. 아마도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챙겨들고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까운 곳들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위한 책이고 우리문화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인생은 유수와 같다. 바람처럼 부는대로 물처럼 흐르는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적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것들, 느껴야 하는 것들, 알아야 할 것들과 멀어지게 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고 떠나야 할 때와 돌아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음먹은대로 살 수는 없지만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1060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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