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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학자의 변명 - 수학을 너무도 사랑한 한 고독한 수학자 이야기
고드프레이 해럴드 하디 지음, 정회성 옮김 / 세시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수학처럼 답이 없다. 1+1=2.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고 자명한 진실일까. 인간의 경험과 이성, 판단력과 비판적 안목은 주관적 아집의 결과일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사실과 분명한 진실을 요구한다. 수학은 우리에게 적어도 혼란스럽지 않은 답을 요구한다.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는 상황 논리를 들이대지도 않고 개인적 판단에 근거하지도 않는다. 수학은 언제나 인간 이성의 바탕이 되었다.
인문학은 인간을 중심에 놓는 학문이다. 인간이 걸어온 길과 생각한 것들, 만들어 온 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희 문사철(文史哲)로 일컬어지는 것은 폭넓은 지적 탐구의 시작이며 모든 학문의 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자연과학은 정확하고 논리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자연을 중심에 놓고 있다. 왜 그러한가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으로 출발해서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이 자연과학이다. 그 중에서도 수학은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다. 대부분 명석한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였거나 수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석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인간은 철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비단 수학자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가져야할 태도지만 일상생활에서 수학에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다. 다만 순수 학문 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초학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응용학문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저자는 수학적 영감, 명민한 이론을 배출할 수 있는 나이는 적어도 40대 이전이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서는 더 이상 창조적 수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말년의 수학자가 느끼는 회한은 모든 사람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감회와 다르지 않으리라.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아름다움과 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평생 담아왔던 지혜를 반듯하고 정결한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어 독자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이다.
고드프레이 해럴드 하디는 저명한 영국의 수학자이다. 인생 말년에 자신의 수학적 창조력이 쇠퇴함을 고백하는 회고록 형식의 에세이 『어느 수학자의 변명』은 평생 한 우물을 판 학자의 이야기이다. 29개의 짤막한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되기에도 부족하다. 하지만 여느 에세이보다 덜하지 않는 감동과 생각의 여유를 전해준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자문자답하듯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응용수학에 비해 순수수학이야말로 진짜 수학이라고 믿는 수학자의 이야기는 학문적 관점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깊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누구나 한 생을 살아내고 노년을 맞게 된다. 나이 들어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기억할 것이고 평생 자신이 해왔던 일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나름의 생각과 회한이 몰려올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지나간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너무 빨리 지나간 버린 시간에 대한 허망함 때문은 아니다. 어떤 일에 대한 자신만의 깊은 성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수학이 지닌 패턴과 아름다움은 예술에 버금간다는 저자의 생각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어떤 일이든 그것이 보여주는 깊은 맛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사람들은 수학의 엄정함을 통해 정밀함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어느 수학자의 짧은 인생이야기이며 수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회한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1부터 29까지 번호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의미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까. 독자들은 수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1과 1을 더하라는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1에 자신의 생각과 주관적 판단을 덧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엉뚱한 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면 어느 수학자의 정밀한 문장과 수학의 단정함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일이다.
110529-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