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답게 살아라 - 내 삶에 태클 거는 바이러스 퇴치법
문지현 지음 / 뜨인돌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그 시절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시절이 바로 청소년기이다. 생각은 봄꽃이 흐드러지듯 만개하여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이성에 대한 관심,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지만 상황과 능력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불면의 밤이 깊어만 가던 시절이다. 모든 감각은 예민해져 있고 그 어떤 사소함도 그대로 넘기지 못하는 나이가 십대다. 그래서 십대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고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치열한 경쟁과 답이 없는 미래를 향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실업계든 인문계든 내가 마음먹은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형태를 꿈꾸지 못한다. 좌절과 패배의식을 먼저 경험하고 한 줄서기에 익숙해져 있다. 스스로 서고 혼자서 걷는 연습이 부족하며 생각하고 토론하는 힘은 더 미흡하다.

그래도 늘 ‘희망’이라는 이름의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웃고 떠들고 낄낄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먹고 마시고 잠자고 뛰는 시간이 즐거워 보인다. 그렇게 밝고 건강한 모습들로 행복한 하루하루가 십대의 특권이며 무기이고 장점이다.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권리!

하지만 그들이 늘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네모난 틀에 담겨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살펴보자. 모두가 조금씩 다르게 생겼고 조금씩 생각이 다르며 취향과 능력 또한 제각각이다. 현실에서는 몇 가지 주어진 길 안에서 그 다양한 빛깔들을 담아내려니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많이 아프다. 다치고 상처받고 좌절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십대는 십대에 맞는 생각과 행동과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을까? 어른들의 눈과 기준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생각과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렇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어른들의 과거가 떠오르고 아이들의 미래가 조금 보일지도 모른다.

정신과 전문의 문지현의 『십대답게 살아라』는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의 갈피를 잘도 짚어낸다. 수많은 갈등과 고민은 현실에서 문제 행동으로 드러나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그 원인들은 당연히 청소년들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 심리적인 원인은 다시 외부적인 충격이나 자극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저자는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인다.

낮은 자존심 바이러스에서 게으름 바이러스, 분노, 아웃사이더, 염려, 완벽주의, 편견, 의존, 투덜이 바이러스 등 다양한 문제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심상과정에서 터득한 경험들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쉽고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십대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 행동과 심리를 치유할 수 지침서이다. 간결한 분량과 쉬운 설명이 또 하나의 장점이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눈높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난이도와 시원한 편집으로 책이 줄 수 있는 답답함을 덜어냈고 사례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추상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을 친근하게 잘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십대를 위한 책이긴 하지만 십대를 둔 부모와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 등 십대와 함께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길을 찾고 함께 걸어가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일지도 모른다. 먼저 공감과 치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문제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콤플렉스가 되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을 뿐이다. 언제나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십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말한다. 늘 그들의 교육과 진로를 고민하지만 그들의 겪는 아픔과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희들이 뭐가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는 단절되고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이 책은 기성세대와 십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어른들은 아이들 몰래 이 책을 뒤적이며 그들의 고민과 상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알면서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몰라서 화내고 짜증내지는 않았는지 먼저 우리 자신을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십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미래가 달라진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과거 십대를 보낸 시간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십대에게 어른을 요구하지 말고 십대는 십대답게 살라고 주문하자. 아니, 어른들이 십대답게 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 한 발자국씩 움직여 보자. 거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가 있다.


11040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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