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
김상곤.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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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onkim 야자보충이 실질적인 자율과 선택으로 전환되어 오랫동안 꿈꾸며 싸워왔던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다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된다는 훈데르트 바서의 말이 사무치는 밤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트위터를 뒤적여 3월 7일에 김상곤 교육감에게 보낸 메시지를 찾아냈다. 3월 한 달 모든 담임선생님이 각 교실에 남아 모든 아이들이 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는 비난이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모습이었다.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반강제 자율학습 때문에 떠들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생기고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감시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고쳐지지 않았던 오래된 관행과 견고한 편견의 벽.

그러나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다. 스스로 선택한 아이들의 자율학습은 감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당연한 일이지만 각자 필요한 만큼 조용히 공부를 하면 감독이 아니라 관리만 조금 필요할 뿐,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는 감독 선생님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미안할 정도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토머스 페인이 말한 것처럼 ‘상식’과 ‘인권’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믿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임을 신청했지만 2학년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의 임명권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땅히 거절할 만한 불합리한 결정도 아니라서 어울리지 않는 일을 2년째 하고 있다. 나이 들어 학생들이 싫어할 때까지 담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힘겹게 고민하고 싸우지 않아도 이제 자연스럽게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 수준별 특기적성, 일명 보충수업이 실질적으로 자율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자율학습이었으나 자율학습은 담임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가장 큰 마찰과 갈등요인이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도도해도 학교에서는 내 돈을 내고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을 억지로 들어야하는 보충수업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커다란 변화의 물결은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미래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단편적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란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교육문제는 결국 동시대인들이 지향하는 미래의 목표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우리들의 미래라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까 생각해보자. 어렵지 않은 답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교육문제에 대해 자꾸 이기적인 욕망이나 정치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교육’ 문제를 전망할 수 있는 책이다. 김상곤이라는 개인의 발자취, 경기도교육감이라는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이끌어내고 있는 인터뷰는 지승호 특유의 성실하고 치밀한 사전 준비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깨고 본격적으로 흥미 있게 한 사람을 탐구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은 개인적으로 지승호 때문이었다. 그의 책들을 읽어오면서 느낀 것은 한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그러한 사회적 존재가 탄생하게 된 사회, 역사적 맥락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그의 인터뷰는 세상을 통찰하는 프리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과 영역을 확보한 지승호의 이야기는 언제든 들어야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직접 관련되어 있으니 더더욱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상곤교육감은 이제 경기도 교육감이라는 직책을 넘어 수많은 사회적 논란과 다양한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 낸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김상곤교육감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과 인권 그리고 복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경기도의 초중고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길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교육 문제는 정권에 따라 개인적 이익과 욕망에 따라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내내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 나의 삶이고 현실인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이면 또 다시 학교에 가 아이들을 만나고 수많은 눈동자와 마주친다. 감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 나부터 항상 노력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학생들보다 먼저 타성에 젖고 개인적 이익만 챙기는 교사가 되는 것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열정과 희망을 가르칠 수 없다면 미래는 없다. 이 책의 서문처럼 지승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라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모든 아이들에게. 그러나 혼자서만 앞서가지 않기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방식의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 패배자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서문’ 중에서


1103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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