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그만두는 방법 - 국가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과 문화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해동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행위가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고 생활의 일부가 되다가 때로는 책이 일이 되고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책이 또 다시 다른 책을 낳기도 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책이 인연이 되어 만나는 사람도 많다.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넓은 겨울길님은 이제 읽는 단계를 넘어 자연스레 글쓰기의 단계로 넘어간 듯싶다. 두 번 만남이 모두 인상 깊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상사는 물론 삶의 방법과 태도까지 즐겁고 유쾌하며 긴 여운이 남는 대화는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한다. 또 한 분의 이웃 소나기님은 느린 호흡으로 산책하듯 책을 즐긴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좋고 타인의 글을 모방하거나 현학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생각과 삶을 통해 책을 받아들이고 녹여내는 통찰력을 지닌 분이다. 꽤 긴 시간동안 블로그에 책에 관련된 글을 올렸으나 책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다. 일면식도 없는 분과의 소통과 작은 인연이 감사할 뿐이다. 연초에 소나기님이 보내온 두 권의 책 중 첫 번째 책을 읽었다.

니시카와 나가오의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는 작고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역사책이다. 좋은 책은 당연히 훌륭한 저자를 전제한다. 서문에서 『국경을 넘는 방법』의 속편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학자의 깊은 사유와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책이 아니라 ‘국민’의 개념과 의미부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독자라면 책의 의미와 내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리라. 국가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문명과 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이 두 용어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굳게 믿고 있는 문명과 문화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한 나라의 문화라고 명명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 하나의 문명권이라고 인식하는 것들에 대한 반성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성찰이다. 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 시상식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에 눈물 흘리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자.

거기에 민족이 결합되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민족이란 개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듯이, 베네딕트 앤더슨이 ‘상상의 공동체’라고 명명했듯이 문화만큼 모호한 개념이기도 한 민족이라는 개념은 곧바로 문화와 연결되는 것은 일종의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는 아닌가. 저자는 이 개념을 일본인과 일본문화론에 적용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었다. SNS는 지구를 하나로 묶고 있다. 아이폰 오카리나 어플의 경우 놀랍게도 전세계 곳곳에서 오카리나 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소음에 가까운 소리들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인종과 민족을 넘어 문명과 문화 그리고 민족의 구분은 또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구별짓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역자 서문의 인상 깊은 부분 하나.

무릇 독서라는 행위는 ‘계발’에 그 핵심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명 개념은 문명 간의 위계성, 혹은 보편의 우월성을 논의의 전제로 삼습니다. 그러나 문화 개념은 개별성을 전제함으로써 각 문화의 특수성이나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110224-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