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사회.윤리 -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열 가지 쟁점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김범묵.윤용아 지음 / 우리학교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이다. 어떤 의견이나 통행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말은 사람과 사람, 개인과 사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그리고 세상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화의 과정을 밟아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소통의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자세와 태도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과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의견과 판단이 다를 경우 소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해진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어서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상대방을 이해하고 세계를 인식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합의와 조정 과정을 거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닐까. 마음을 닫고 귀를 틀어막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소통능력이다. 타인의 견해와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연습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어야 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회의석상에서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평소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학교에서 나온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시리즈는 학교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혹은 학교에서 지향해야 할 토론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문학』에 이어 나온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사회 · 윤리』는 열 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 입장을 다룬 책이다. 외모지상주의, 개인주의, 대학입시, 학생인권, 사형제도, 이혼, 재산상속, 경쟁, 정보화사회, 세계화. 흔한 주제이면서 각자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쟁점들이다.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찬반의 입장도 팽팽할 것이다. 각 주제를 다루는 구성도 학생들을 배려해서 잘 짜여있다. 현직 선생님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각열기 - 찬성과 반대 - 입장 정하기 - 배경지식’의 흐름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내 입장을 정리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과정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토론이나 논술 연습용 교재로도 적합해 보인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용 교재로도 손색이 없으며 읽기용 교재로도 충분하다.

정치인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이 지켜본다는 잊은 것일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반박과 상대의 정당한 주장에 대한 수용이 아니라 귀를 닫고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적절하지 않은 비유, 통계 자료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 등 한심스런 장면들이 매주 반복된다.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토론 프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유치한 말장난, 소통 불능 사회에 대한 냉소를 경험하게 된다. 왜 그럴까?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식, 객관식 시험제도와 입시전형, 채용과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양한 관점의 수용, 합리적인 사고, 창조적인 문제 해결능력, 양보와 배려, 합의와 인정 등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그것으로 인해 길러지는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교육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학교에서 충분히 토론식 수업이 정착되고 교육과정에서 이런 방법들이 통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문화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상명하달식 의사소통 구조, 연장자 우선주의, 연공 서열제 등의 전근대적인 요소가 곳곳에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교육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의미는 더더욱 남다르다. 합리적인 의사소통 구조는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 책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지식 보충용 교재가 아니다. 공교육에서 받아들이고 이끌어나가야 할 토론식 수업의 자료와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생각을 키우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훈련할 수 있으며 내 생각의 과정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후에도 과학, 역사, 철학 등 주제별로 토론의 쟁점들을 펴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대되는 책들이다. 토론의 기술이나 방법을 통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찬성이든 반대이든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학교를 졸업 한 후에도 우리는 매 순간 의견을 교환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토론한다. 공식적, 비공식인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상대를 파악하고 내 의지를 관철하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세련된 설득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한마디로 토론은 삶의 도구이며 피할 수 없는 생활수단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생각 키우기, 논술점수 올리기식 경쟁 수단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토론을 생각해 보는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11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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