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란 무엇인가 - 청소년, 청년,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교양 입문 민주시민 권리장전 2
마리아나 발베르데 지음, 우진하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 혹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착한 사람들을 관용적으로 표현하는 이 말은 분쟁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 많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고 포기하는 성향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두 사람만 모여도 서로 관점과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의’와 ‘도덕’은 바로 이런 분쟁 상황에 대한 기준을 의미한다.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현대 사회에서는 ‘법’이라는 말로 규정된다. 한 나라를 통치하는 데 있어 ‘법’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법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법은 항상 인간의 행위와 사회 변화를 뒤쫓아갈 수밖에 없고 법을 만들고 운용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법이 항상 돈과 권력을 움직이고 반대로 돈과 권력이 법을 부린다. 우리는 모든 질서와 규칙과 합의된 원칙들을 법과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에 의해 공식적인 폭력이 가능한 법과 그 구속력과 효력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법치(法治)’는 국가를 통치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법치’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민주시민 권리장전」 두 번째 시리즈 시리즈의 두 번째 『법치란 무엇인가』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우리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틈엔가 법의 이름으로 규정된 ‘정의’와 ‘도덕’들의 우리들의 행동과 생각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국가 통치의 목적, 공공선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대가만큼 제도와 법도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의 대가로 그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법치 제도의 중요성과 법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질서유지를 위한 법이 반드시 폭력을 수반해야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법은 이제 인간사회를 지해한다. 사람이 사람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인간을 지배한다. 이것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 정의로운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하지만 정말 법은 정의를 실현할까? 그 자체가 모순인 준법 투쟁, 잘못된 입법 과정과 각종 이익단체들의 로비, 입법과 시행 과정의 이해관계는 대다수 국민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투표로 심판하고 하나로 뭉쳐 문제를 제기하는데 소홀하다. 우리들의 삶을 조건 짓는 과정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법의 집행과 경찰의 존재에 주목한다. 근대 경찰의 탄생과 사설 경비업체를 다루고 도대체 경찰의 임무가 무엇이며 주로 어떤 일을 하는데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법을 시행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경찰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각국의 상황이 조금씩 다르고 그 역할이 비교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특히 법 집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딜레마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만의 고민으로 미루어 둘 수 없다. 늘 논란이 되고 있는 성매매, 아편과 코카인 마약을 예로 들어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 사람들에게도 고민의 시간을 남겨준다. 최근 연예인들의 도박과 마약 사건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개인적 선택의 문제와 사회의 공익의 문제가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국가는 폭력이다’라고 했지만 공권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결국 국민들의 입장이 아니라 통치자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니 거꾸로 경찰이나 검찰의 태도와 입장을 잘 살펴보자. 답은 명약관화하다. 때때로 ‘중립성’을 외치지만 지나가는 강아지도 웃을 일이다. 어찌 ‘중립’이라는 말이 가능한가 언제나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민주주의와 정의사회의 구현은 역대 정부가 내세운 식상한 가치이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제도와 법의 테두리를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법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경찰의 독립을 감시하고 검찰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적극적인 민주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허망한 구호에 불과하다. 그들은 단 한순간도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가져다 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정의와 도덕은 없다. 플라톤의 말대로 정의는 어쩌면 토론과 대화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소통이 가능한 사회는 우리들 스스로가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의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사람들을 정당하게 대우하며 인류 전체의 환경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특수한 상화에서 정의의 개념은 달라질 수도 있다. 수천 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말했듯이 정의란 항상 토론과 대화의 문제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 85쪽


11020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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