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 - 잘못된 과학 정보를 바로 가려내는 20가지 방법
셰리 시세일러 지음, 이충호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한번 들어간 것은 다시 꺼낼 수 없을 테니까. - 토머서 울지(Thomas Wolsey, 1471~1530)

책은 우리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확인시켜 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과 새로운 호기심, 끊임없는 질문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셰리 시세일러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최소한 객관적 지식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흔히 밥을 먹거나 술자리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와 달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모두가 동의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것들 예를 들면 ‘폭력 범죄 발생 건수 증가 추세’나 ‘교통사고 사망 건수 감소’ 등의 뉴스는 일시적인 통계 수치일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 있는 변화인지 확인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과학’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과학 논문 ⇨ 보도 자료 ⇨ 신문 기사 ⇨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 ⇨ 라디오 청취자나 텔레비전 시청자’ 과학이나 건강에 관한 정보는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거치게 된다. 원래 정보의 출처는 사라지고 가공되거나 왜곡되거나 일부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한술 더 떠 우리는 들은 것을 부정확하게 추측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객관적 사실은 존재하고 과학적 지식과 이론들이 새롭게 발견되거나 만들어진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와 자세가 문제라고 본다. 저자는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과학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며, 왜 과학자들의 의견이 가끔 엇갈리는지 이해한다.
2. 어떤 쟁점에 이해가 걸린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3. 어떤 결정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자세히 파헤쳐 본다.
4. 트레이드오프를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맥락에 대안을 대입해 본다.
5. 인과관계와 우연의 일치를 구분한다.
6. 어떤 연구에서 얻은 결론을 얼마나 넓게 적용할 수 있는지 파악한다.
7. 숫자의 마술을 꿰뚫어본다.
8. 과학과 정책 사이의 관계를 구분한다.
9. 논리를 비켜 가기 위해 만든 계략들을 돌파한다.
10.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전문 서적이 아닌 경우 통상적으로 몇 가지 단계나 원칙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다. 이 책도 유사한 방법을 제시하지만 뻔한 자기계발서 종류의 원칙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례 중심으로 우리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를 지적하고 그것이 왜 잘못된 판단인가를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심리학과 결합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면,

확증 편향은 아주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즉,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에는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어긋나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확증 편향은 완고한 것과는 다르며, 사람들이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는 문제에만 국한해 나타나지도 않는다. - P. 17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다. 결국 과학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과학적 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자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과학을 이용해서 거짓말을 하든 우리 스스로가 자기 최면에 걸리듯 확증 편향을 갖고 잘못된 과학 상식을 길러가든 그것은 모두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열 가지 방법으로 모든 거짓말이 밝혀지거나 오해하고 잘못 해석된 사실들이 바로잡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그것은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마찬가지다. 맹목적인 믿음이나 일방적인 관점으로는 다양한 사유 방식으로 신선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과 발상의 전환을 위한 사유 방식의 훈련을 위해서도 저자의 이야기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실증적인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잘못된 상식과 새빨간 거짓말에 속으며 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이 그러할 수 있을까? 사람 혹은 사건?


1101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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