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오디세이 - 수학이 즐거워지는 수학 이야기
앤 루니 지음, 문수인 옮김 / 돋을새김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1부터 9까지 숫자 중에 하나를 떠올려 보자. 그 숫자에 9를 곱하고 두 자리 수가 나오면 각각의 숫자를 더한다. 그 수에서 4를 빼고 제곱을 한다. 그리고 다시 4를 뺀다.

정답은 바로 오늘 날짜인 ‘21’

마술처럼 보이는 이 놀이는 숫자의 비밀을 알려주는 간단한 놀이에 불과하다. 눈을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숫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학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하고 더 자주 수학과 만나게 된다. 머리가 복잡해지자 불현 듯 명료한 수의 세계가 조금 궁금해졌다.

누구나 한 번쯤 왜 하루가 24시간이고 한 달은 30일이며 1년은 365일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복잡해 보이는 컴퓨터는 2진법을 사용한다.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10진법에서 60진법에 이르기까지 수와 관련된 비밀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기록을 위해 문자를 발명한 것처럼 수의 발명도 기록과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 시작된 것이다. 2000년 전 나일강의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는 수학의 역사는 인류 발전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왔다. 앤 루니의 『수학 오디세이』는 수학의 신비로움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책이다. 수의 신비는 물론 수학의 역사와 수학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 하기 위한 학습도 아니고 수수께끼나 수학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수학이 걸어온 걸을 더듬어보는 수학에 관한 인문학적 교양서이다. 책을 읽기 전에 작가 소개를 보고 조금 놀랐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특이한 책이어서 먼저 눈길을 끌었다. 앤 루니는 중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문학 전공자가 과학과 역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수학에 관한 폭넓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수학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문간 경계를 넘어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이 책을 통해 확인된다. 저자의 전공과 이력이 책의 내용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신기하기도 했고 오히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숫자에서 시작해서 증명으로 끝난다. 전체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계산, 기하학, 삼각법, 곡선, 대수학, 미적분, 통계, 집합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 중요한 수학적 발견과 배경을 설명한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수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과 배경을 중심으로 그것의 사회적 영향 등을 소개한다. 어려운 개념이나 수학자의 삶을 소개하는 정보 박스가 곳곳에 배치되어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한 권의 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거나 틀에 박힌 생활에 숨통을 트여주기도 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삶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채찍질하기도 하며 이성의 정수박이에 찬물을 들이붓기도 한다. 그것은 유사한 분야에서 사유의 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비롯되기보다 낯선 분야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더 많다.

세상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는지, 왜 자연은 그러한지. 절대적인 진리와 흔들림 없이 명쾌한 이론이 때로는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한다는 측면에서 수학은 가장 적합한 또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논리 정연한 수학의 세계는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수학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나 수학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모호하고 혼란스런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질서정연한 자연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그물처럼 촘촘한 네트워크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원리들이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인류가 눈부신 물질문명을 이룩하여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새로운 도전과 끝없는 노력의 작은 결과물들 때문이다. 축적된 지식과 역사의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삶도 없다. 그것이 수학이든 그 어떤 것이든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내일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위한 반성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질 수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학의 세계를 들여다는 보는 것은 바로 이런 노력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우주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것이 어떤 언어로 작성되었는지 알아야만 한다. 수학이 바로 그 언어이다. - 갈릴레오


101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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